상대팀에 악몽을 선사하는 박해민(LG)의 존재감, 그의 글러브에 담긴 뜨거운 가치가 LG의 가을을 물들인다.
‘V4’를 노려보는 LG의 첫 단추가 제대로 채워졌다.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2025 KBO리그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에서 8-2 완승을 거뒀다.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삼성과의 5차전 혈투를 이겨낸 독수리들의 날개를 꺾음으로써 시리즈 분위기를 단번에 손에 쥐었다.
‘캡틴’의 품격이 고스란히 묻어난 한판이었다. 늘 그렇듯, 박해민의 존재감이 공수에서 반짝 빛났다. 1회초 문현빈의 큼지막한 좌중간 타구를 워닝트랙에서 글러브에 담으면서 그의 이름이 잠실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끝이 아니었다. 5회말에는 PO 최우수선수(MVP) 문동주를 무너뜨리는 달아나는 솔로포를 폭발시켜 조용해질 뻔했던 LG의 화력에 기름을 부었다. KS 1호 홈런 타이틀을 가져가는 대이변에 화끈한 배트 플립까지 더해 더그아웃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박해민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1차전이었다. 맞자마자 홈런이라고는 생각했다. 파울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살짝 넘어가더라. 안 넘어갔으면 월드스타 될 뻔했다”고 껄껄 웃었다.
호수비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호수비라고 말씀해주시지만, 사실 1회라 첫 발 스타트가 생각보다 빠르게 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 플레이가 1회부터 나온 게 긴장감을 덜 수 있던 배경이었다”고 돌아봤다.
스스로도 공수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는 한판이었다. 무엇보다 단기전의 기세를 가져왔다는 점이 반갑다. 그는 “KS에서 홈런 칠 거라고는 상상 못했다. 출루가 목적이었는데 최상의 결과가 나왔다”며 “한화 팬들의 원성은 앞으로 3번만 더 듣겠다”는 유쾌한 소감도 잊지 않았다. 정규시즌 중에도 무시무시한 중견수 수비로 한화를 수차례 울렸던 그의 선전포고, 한화 팬들의 볼멘소리가 앞으로 3번 더 나온다면 LG는 그토록 기다린 ‘V4’에 닿는다.
마지막으로 박해민은 “우리 9명 라인업이 정말 좋다. 서로가 서로를 미독 있다. 한 명이 못 치면 다음 타자들이 해줄 거라 생각한다. 믿음으로 1차전 승리할 수 있었다”며 끈끈한 전우애로 트로피까지 나아가겠다는 굳은 각오를 띄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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