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형이야.”
프로야구 한화의 19년 만에 한국시리즈(KS) 진출을 확정지은 뒤 에이스 코디 폰세가 문동주를 향해 던진 한마디였다.
두 투수가 플레이오프(PO)를 끝냈다. 폰세는 지난 24일 대전 삼성 PO 5차전에 선발 등판해 빛나는 피칭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문동주는 앞서 PO 2경기에 불펜 등판해 1승1홀드, 평균자책점 0.00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기며 어엿한 에이스로 거듭났다. 폰세는 PO 5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상(MVP)을, 문동주는 PO MVP를 수상했다.
잔치 분위기, 두 투수는 경기 후 차례로 인터뷰실을 찾았다. 폰세는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내 역할은 마운드에 올라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라며 “포수 최재훈이 사인을 내는 대로 잘 던지는 것, 그것만 생각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문동주 역시 “LG에 갚아줘야 할 것이 많다. KS에서 팀이 승리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하며 두 투수는 ‘포효 세리머니’로 선의의 경쟁을 예고하고 하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사연은 이렇다. 폰세는 이날 자신의 임무였던 5이닝을 완벽하게 소화한 후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대전 안방 팬이 가득찬 1루 측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크게 휘저으며 함성을 유도했다.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는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미 5-1로 앞서며 분위기를 압도한 상황이었기에 말 그대로 잔치 분위기였다.
폰세는 “문동주에게 포효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문동주 역시 PO 3차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호투를 펼친 뒤 두 팔을 들어 팬의 함성을 유도한 바 있다. 폰세는 “문동주는 포효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폰세가 인터뷰를 마친 뒤 퇴장하고, 이어 문동주가 들어왔다. 그런데 더그아웃을 향했던 폰세가 다시 인터뷰실로 들어오더니 문동주를 불러세웠다. 이내 문동주를 향해 한국어로 또박또박 “동주, 내가 형이야”를 외치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문동주는 활짝 웃을 뿐이었다.
폰세의 발언을 전해들은 문동주는 껄껄 웃더니 “폰세는 자기가 형이라고 (나에게)자꾸 뭔가 가르쳐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폰세의 포효를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에 “폰세는 아메리카 스타일”이라고 일축하더니 “제가 동생이지만, 한국시리즈에서 한 수 알려주겠다”고 받아쳤다.
유쾌한 대화, 선의의 경쟁을 예고했다. 문동주는 KS에서 선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문동주가 KS에서도 불펜으로 나서면 희망이 없는 것 아닌가”라며 “선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문동주는 잠실에서 열리는 2차전 선발이, 폰세는 다시 대전으로 돌아와 3, 4차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폰세는 정규리그에서 LG전 2차례 선발 등판해 13이닝 동안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24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 5월28일 잠실서 등판해 7이닝 동안 홈런 2방을 맞으며 4실점했다. 다만 7이닝을 버텨줬고, 팀은 연장 접전 끝에 11회초 채은성의 투런포를 앞세워 승리했다. 이어 6월14일 대전 홈경기서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했다. 피홈런은 없었고, 피안타 4개와 볼넷 1개가 전부였다. 탈삼진은 10개나 솎아냈다.
반면 문동주는 부진했다. LG전 4경기에 등판해 15⅓이닝을 소화, 경기당 평균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피홈런은 1개뿐이었지만, 피안타율 0.303으로 12실점, 평균자책점 7.04를 기록했다.
퐁당퐁당이었다. 지난 3월27일 LG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완벽 피칭을 선보였다. 하지만 6월15일 등판에서는 3⅔이닝 동안 볼넷 3개와 6피안타로 4실점했다. 다시 8월10일 등판에서는 6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9월27일 마지막 등판에서는 1이닝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⅔이닝 동안 피홈런 1개 포함 8피안타 6실점으로 부진했다. 문동주는 “LG에 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눈빛을 번뜩였다.
두 투수가 PO 활약을 KS에서도 이어갈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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