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루키의 화려했던 PS 데뷔전…정우주 “가을야구, 차원이 다르네요”

사진=이혜진 기자

“가을야구, 차원이 다르네요.”

 

포스트시즌(PS)이 주는 압박감은 평소의 몇 배 이상이다. 웬만한 베테랑들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프로 첫 해에 가을야구를, 그것도 선발로 나선다면 어떨까. 경험이 없는 만큼 더욱 움츠러들 수 있을 터. ‘루키’ 정우주(한화)는 달랐다. 패기 있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지난 22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서 3⅓이닝 무실점을 마크했다. 정우주는 “첫 해부터 가을야구 선발을 하게 될 줄 몰랐다. 감독님께서 큰 경험을 선물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4㎞까지 찍혔다. 특히 하이패스트볼이 위력을 떨쳤다. 여기에 큰 폭으로 떨어지는 커브, 예리하게 휘는 슬라이더가 더해졌다. 구위도 구위지만, 흔들림 없는 표정도 인상적이었다. 정우주는 “긴장해서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런 정우주를 미소 짓게 만든 이가 있다. 포수 최재훈이다. “보통 투 볼이 되면, (최)재훈 선배께서 ‘힘 빼라’는 제스처를 하신다. 저희만 아는 동작인데, 순간 웃겼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사실 정우주 입장에선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감독 및 동료들이 앞 다투어 힘을 불어넣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어리지만 담대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동주 역시 정우주에 대해 “신인이지만, 삼진율이 정말 높다. 그만큼 공이 강력하고 좋다는 뜻이다.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본인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우주는 “솔직히 위축돼 있었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면서 “장점에 대해 한 번 더 짚으면서 자신감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관중석을 빼곡하게 채운 팬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당시 대구 원정임에도 많은 한화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 한 쪽이 한화를 상징하는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정우주가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올 때마다 힘찬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정우주는 “뭔가 울컥하더라”고 솔직한 감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선배들처럼) 포효하게 싶었는데, 맘처럼 잘 안되더라. 성격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자연스럽게 나와야 멋있지 않나”라고 쑥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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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주는 만큼, 더욱 집중했다.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 애쓴 것은 물론이다. 이날 경기에 들어가기 전 정우주는 가수 도겸(세븐틴)이 부른 OST ‘GO’를 반복해서 들었다. 정우주는 “가사에 ‘뜨거운 함성에 몸을 날려’라는 부분이 있는데, 마음을 울리더라. 이미지를 계속 떠올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주문을 되뇌기도 했다. 정우주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 혼잣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심호흡도 하면서 안정감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큰 경기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성장의 큰 원동력이 된다. 정우주 역시 마찬가지. 느낀 것이 많다. 고교 시절 대회 결승전에도 나가봤지만 PS와는 비교 불가다. 정우주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프로가 훨씬 더 재밌고, 공 하나하나에 경험이 쌓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욕심이 커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우주는 “언제든 나갈 준비가 돼 있다”면서 “원래도 KS에 가보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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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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