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가면 ‘한 달 만에 고수익’이라는 유혹적인 광고가 있다. 많은 한국인이 그 광고를 믿고 비행기에 올랐고, 막상 도착해서는 투자 상담원이나 AI 거래소 직원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사기 조직에 동원됐다. 집이 아니라 감시된 공간에서 키보드를 두드려야 했다. 한국 정부가 뒤늦게 여행 경보를 내릴 정도로 위험이 확인된 곳이다.
이건 단순한 ‘해외 취업 사기’가 아니다. 투자·사기·사칭이 뒤엉킨 구조다. 이렇게 보면 이해된다. “돈 벌 기회”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나중에 “누가 진짜인지” 확인할 기회는 거의 없다. SNS에선 리조트 사진, 외제차 인증숏, 스톡 영상이 빠르게 퍼진다. 그 장면만 보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이 생기고, 사람은 그 위협감에 쉽게 손을 뻗는다. 그 틈을 노린다.
사기의 핵심은 첫째, 사칭이다. 유명 투자자, 기관, 연예인까지 흉내 내면서 ‘내가 추천한다’는 메시지가 온다. 둘째, 빠른 수익 약속이다. ‘월 3%’, ‘단기 3개월’, ‘AI로 관리’ 같은 말이 나온다. 셋째, 모집 구조다. 투자라면서도 실제로는 사람을 더 모으는 구조에 이익이 많이 걸려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 넷째, 검증의 쉬움이다. 사진 몇 장, 영상 하나, 문자 몇 개면 믿음이 생긴다. 검증보다 감정이 앞선다.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중요한 체크사항이다.
투자 제안을 받으면 먼저 제도적 꼬리표를 확인해야 한다. 사업자 등록, 금융 인가, 계약서 상 분쟁 해결 조항 등. 제안 내용 중 ‘남들은 모른다’, ‘지금이 기회다’, ‘확실히 돈 벌 수 있다’ 같은 문장이 있다면 바로 의심해야 한다. 사람을 모집해서 수익을 내는 구조인지 살펴야 한다. 합법적인 투자는 보통 투자금이 자산운용이나 기업 이익에서 나와야지, 사람을 끌어들여서 수익이 생성되는 구조라면 위험하다.
이 사건은 ‘해외’란 단어가 붙었지만 결국은 정보비대칭+욕망+기술 진보가 합쳐진 문제다. 빠르게 벌고 싶다는 마음과 나도 잘나가야 한다는 불안, 그리고 기술이 더 정교해진 사기 도구가 결합하면 누구든 먹잇감이 된다. 강의에서는 ‘리스크 인지’라는 주제로 이 흐름을 설명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도 있다. 분명 SNS 상에 사칭 광고가 엄청나게 돌아다니고 있고 유명인들은 모여서 기자회견까지 했다. 왜 그때는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냐며 묻고 싶다.
누군가 죽거나 실종되거나 대형 피해가 터져야 그제야 사회가 움직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큰 사고 나야만 관심 갖는다’는 패턴, 우리 스스로도 바꿔야 한다. 사건이 뉴스에 뜰 때는 이미 피해가 많이 누적된 후다. 예방이 아니라 사후 대응에만 능숙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리고 한번 묻고 싶다. 제안이 들어왔을 때, 잠깐이라도 멈춰서 생각해 봤는가? “이건 정말 내 돈이 될까?”, “내가 모르는 것이니 괜찮을까?” 그런 질문 한 줄이 피해의 문턱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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