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출신으로 꽃미모를 뽐내던 배우 로운이 그동안의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냈다. 덥수룩한 수염과 땀이 밴 얼굴은 청춘 배우로 활약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그러나 몸과 마음을 다한 몰입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배우 인생의 새로운 대표작을 탄생시켰다.
지난 17일 막을 내린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시리즈 ‘탁류’에서 로운은 주인공 장시율 역을 맡아 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연기 변신에 나섰다. 과거의 비밀을 숨기며 마포 나루터에서 노역하던 청년 장시율은 우연히 왈패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처음엔 왈패가 되길 거부했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돈과 권력으로 뒤틀린 조선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자신의 방식으로 싸우는 인물이다. 비극적인 가족사와 삶의 의지를 잃은 청춘으로, 점차 세상과 맞서며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성장형 주인공으로 그려진다.
2023년 KBS2 ‘혼례대첩’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본인도, 팬들도 오래 기다린 만큼 한층 성숙해진 연기 변신을 보여준 로운이다. 작품 종영 전 인터뷰에서 로운은 “오랜 기간 촬영하기도 했고 매 순간 열심히 했지만 긴장이 많이 됐었다. 막상 작품이 나오니까 유튜브에 영상도 많이 떠서 기분이 좋다.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열심히 해 주신 것만큼 많은 관심을 주시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대표작 ‘어쩌다 발견한 하루’·‘연모’·‘혼례대첩’ 등에서 부드럽고 로맨틱한 이미지를 보여줬지만 이번엔 거칠고 생생한 현실 속 인물 장시율로 돌아와 완전히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땀에 젖은 지저분한 얼굴과 덥수룩한 수염 탓에 그를 못 알아보는 시청자도 많았다. 강렬한 분장에 대해 로운은 “너무 좋았다. (휴대폰) 페이스 아이디가 몇 번을 시도해도 안 먹히더라. 그래서 ‘이건 됐다’ 싶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수염을 길게도 붙여봤다가 머리를 묶기도 해보고 여러 가지 분장을 4시간씩 4일에 걸쳐서 테스트했다. 거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피부에 본드 같은 걸 바르기도 했다”며 “그래서 결국 이런 모습으로 캐릭터가 나올 수 있다는 게 반가웠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잘생긴 외모만으로 물론 너무 감사하고 그게 설득력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승부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정말 컸다”고 털어놨다.
로운은 “외모는 좋은 무기고 하나의 설득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영원하지 않고 그거 하나만으로 인정받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 작품이 들어오고 분장 테스트를 했을 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이걸 통해서 다른 것들도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도전에 대한 준비는 됐었기 때문에 항상 목말라 있었는데 어느 순간 추창민 감독님께서 저를 발견해 주신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작품에서 로운은 거친 맨몸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맨몸으로 다수를 상대하는 등 거친 왈패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완성도 있는 액션을 위해 로운은 촬영 전부터 캐릭터에 어울리는 몸을 만들고 액션스쿨에 다니며 연습에 매진했다. “재밌었고 짜릿했다”는 로운은 “무술감독님이 액션을 하나의 안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과거에 춤을 배웠던 게 좋게 작용했다. 합도 빨리 배우고 리듬도 잘 탈 수 있었다. 액션스쿨을 열심히 다니면서 기본기와 체력을 다지다 보니 안 되던 게 되더라”라고 웃었다.

왈패답게 상의 탈의하는 장면도 많았다. 섹시한 몸매로 속옷 화보를 여러 차례 찍기도 한 로운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잘 만들어진 근육이 아니라 조선 시대와 어울리는 야성적인 근육이 필요했다. 화보를 찍었을 당시 체지방이 7%가량이었다는 로운은 “체지방을 늘리고 운동은 푸시업이나 턱걸이 등 맨몸 운동만 했다. 벤치 프레스와 같은 기구 운동 대신 당시에 했을 법한 운동 위주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장시율에 대해 로운은 “캐릭터의 질감이 마른 나무 껍데기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비극적이고 탄탄한 서사가 있기 때문에 제가 무언가를 담으려고 하지 않아도 충분히 설명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무언가를 넣으려기보다는 덜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떠올렸다.
스스로 이름을 숨기고 살아가는 장시율은 마치 길고양이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며 세상에 속하지 못한 인물로 그려진다. 로운은 “이름과 집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장시율은 이름이 불려서도 안 되고 집도 없는 인물이다. 그래서 처음엔 장시율이 왜 본인의 삶을 스스로 끝내지 않는 걸까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돌아갈 집도, 믿을 사람도, 내세울 이름도 없는 장시율에게서는 애틋한 소년미가 보이기도 했다. 로운은 “인물은 결핍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장시율에게도 사랑이 필요했던 것 같았다. 불행한 삶을 살고 있지만 장시율도 누군가에게 이름을 불리고 싶고, 누군가와 밥을 먹고 싶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는 집에서 자고 싶다는 1%의 마음이 결국 왈패가 되는 계기가 아닐까. 극 중 나이가 20∼21살인데 얼마나 외롭겠나. 거친 모습 속에 있는 외로운 소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본인이 해석한 장시율을 설명했다.

1996년생 로운은 오는 27일 입대를 앞두고 있다. 입대 직전까지 작품 홍보 활동에 매진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입대 전까지의 계획을 묻자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조금 하고 피부과도 간다. 그 외에 여러 행사도 있다. 또 친구들과 시간도 보내고 가족이랑 여행도 다녀오려고 한다”고 웃었다.
‘탁류’ 자체가 2년여 만에 복귀작인 만큼 또다시 군 공백기가 생긴다는 아쉬움은 없었을까. 로운은 “군백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작품을 많이 찍는 것도 물론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그런데 잊히는 것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잊히는 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때에 군대에 간다고 생각한다. 후회하거나 미련이 있지는 않다”며 “물론 팬들을 잃지 않으면 좋겠지만 1년 반 동안 군 복무하면서 잘 잊히고, 대중에는 잊혔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멋있게 등장하는 것도 또 다른 전략이지 않을까”라고 부연했다.
군 복무 이후에 대해선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고 교복을 입고 싶다. 최근에 제가 신분증 검사를 세 번 했다”며 “군대 가서 벌크업 하지 않고 선크림 잘 바르고 피부 관리 열심히 하면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핫한 외모와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로운이지만 최근엔 입대를 앞두고 관리에 소홀해 인생 최고 몸무게 85kg을 기록했다. 로운은 “관리는 평생의 숙제가 아닐까”라며 “소년미를 정말 잃고 싶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청춘물을 한 번쯤은 더 하고 싶다. 최근에 ‘어쩌다 발견한 하루’ 영상도 자주 올라오던데 제가 봐도 그때 너무 예뻤다. 지금은 조금 후덕해져서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고 웃으며 기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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