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히 ‘만인지적(萬人之敵)’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장판교 위를 지키고 있는 장비가 프로야구 삼성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코디 폰세(한화)를 이겨내야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다.
사자 군단 수장은 상대를 향해 “KBO리그 최고의 투수”라고 인정하면서도 “포스트시즌(PS)은 또 분위기가 달라진다. 거기에 흔들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 라이온즈는 18일 오후 2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PS PO 1차전에서 한화 상대로 정면대결을 치른다. 하루 전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 소식에 경기 일정이 하루씩 밀린 가운데 1차전 선발 투수는 그대로다. 삼성은 헤르손 가라비토를, 한화는 폰세를 예고했다.
마운드 위 상대를 경계하고, 또 경계한다. 폰세는 자타공인 최강의 에이스다. 올 시즌 처음으로 KBO리그 무대를 밟았고, 정규리그서 29경기 등판해 17승1패 252탈삼진 평균자책점 1.89(180⅔이닝 38자책점) 성적울 써낸 바 있다. 승률(0.944)까지 포함, 평균자책점과 승리, 탈삼진 등 투수 4관왕을 일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규정이닝을 돌파한 투수 가운데 1점대 평균자책점의 경우 지난 2010년 한화 류현진(1.82) 이후 15년 만이다. 2021년 두산 아리엘 미란다가 세운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225개) 기록까지 넘어서며 새 이정표를 아로새겼다.
물론 단기전이 가져다주는 특유 긴장감이 변수로 다가올 수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주목한 대목이다. 이어 ‘빠른 승부’를 천명했다. “구위가 좋고 구종이 다양해 타자들이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승부가) 더욱 어려워진다”며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팀 컬러와 거리가 있는 접근법이다. 삼성 타자들은 올 시즌 그 누구보다 신중했다. 정규리그서 타석당 투구수는 3.92개로 리그 최다 3위다. 타자들이 얻어낸 볼넷 총합(564개)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PS 타석당 투구수는 3.97개에 달할 정도다.


폰세를 상대할 때만큼은 기존 원칙마저 깨겠다는 의지다. 즉 기다리면서 페이스에 끌려다니기보단 먼저 치고 나가겠다는 것. 특히 제아무리 좋은 투수라고 해도 실투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게 박 감독의 설명이다. “실투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하면 인플레이 타구로 만들 수 있느냐가 키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한편 폰세는 올 시즌 삼성과 단 한 차례 맞붙었다. 지난 7월30일 대전서 6이닝 99구 6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을 작성, 승리 투수를 거머쥐었다. 삼성 방망이가 아예 침묵한 건 아니었다. 김성윤이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르윈 디아즈와 양도근, 이재현, 구자욱이 각각 안타를 하나씩 보탰다.
모두 삼성의 이번 PO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기도 하다. 특히 김성윤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공격적인 성향을 자랑한다. 타석당 투구수가 3.7개로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43명 중 37위다. 폰세 공략에 있어 선봉장이 될 전망이다.
철옹성이 굳건하게 버티느냐, 흔들리느냐에 따라 1차전의 향방이 갈린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과연 누가 웃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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