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프리퍼드 라이’
무려 10타를 줄인 이상희가 8년 만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승컵에 도전한다.
이상희는 17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CC(파72·7065야드)에서 열린 KPGA 투어 더채리티클래식 2025(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 2라운드에서 노보기, 이글 1개에 버디 8개를 몰아치며 10언더파 62타를 기록했다. 1라운드에서 1언더파 공동 50위로 밀려났던 이상희는 이날 완벽한 샷감각으로 타수를 줄이며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를 기록했다. 이에 2라운드까지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10언더파는 코스레코드다. 앞서 2021년 LG SIGNATURE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9언더파 63타를 기록한 김비오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만 이날 이상희의 기록은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를 적용하면서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프리퍼드 라이는 기상 상황 등의 영향으로 코스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을 때 볼을 집어 올려 닦은 뒤 정해진 위치에 내려놓고 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로컬 룰이다.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상희의 플레이는 감탄사를 자아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글을 기록한 16번 홀(파5)이었다. 10번 홀에서 2라운드를 시작한 이상희는 14, 15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기세를 올린 이상희 16번 홀에서 비거리 269야드 티샷을 페어웨이 한 가운데 안착시켰다. 이어 회심의 우드샷이 제대로 바람을 탔다. 비거리 284야드로 티샷보다 거리가 더 많이 나왔다. 그린에 떨어진 볼은 홀컵 2야드 지점에 안착하면서 이글을 완성했다. 기분 좋은 이글을 성공한 이상희는 17(파3), 18(파4), 그리고 1번 홀(파3)까지 모두 버디를 챙기며 환상적인 경기력을 자랑했다.

8년 만에 KPGA 투어 우승이 가능할지 시선이 쏠린다. 이상희는 2011년 NH농협 오픈을 시작으로 2012년 KPGA선수권대회, 2016년 SK텔레콤 오픈, 그리고 2017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KPGA 통산 4승을 기록 중이다. 2012년에는 KPGA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만 2017년 우승 이후 KPGA 투어 우승 트로피가 없다. 보다 많은 경험과 꿈을 위해 일본 투어 등 해외 투어를 병행했고, 지난해부터 KPGA 투어 출전 비중을 늘리고 있는 중이다. 올 시즌 최고 성적은 지난 4월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기록한 공동 2위다. 이 대회 포함 톱10 피니쉬를 3차례 기록하며 제네시스 포인트 2,038.80P로 15위에 올라있다.
이상희는 2라운드 종료 후 “몸 컨디션도 좋고 한 라운드에 10언더파를 기록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2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께 우승 트로피를 가지고 납골당에 찾아가겠다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었다. 물론 중요한 목표지만 스스로 부담이 돼서 언젠가부터 스트레스가 된 것 같다”며 “최근에 이런 부담감을 내려놓고 모든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자는 마인드로 경기하고 있는데 이 점이 흐름을 좋게 만들어준 것 같다. 추석 전 주에 일본투어에서 우승 경쟁을 하다가 공동 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그 때의 흐름을 잘 이어오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글을 기록한 16번 홀에 대해서는 “우드로 2번째 샷을 했는데 바람도 잘 타서 1m 조금 안 되게 핀에 붙어 이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라운드에서 1언더파, 2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기록했던 온도 차에 대해서는 “서원밸리CC에서 하는 대회에 처음 출전을 했다. 주변에서 그린이 까다로운 대회장이라고 많이 듣기는 했다. 직접 경기를 해보니 확실히 그린스피드가 빠르고 다른 골프장보다 경사가 심한 곳이 있는데 그 점을 잘 고려하지 못한 채로 1라운드를 시작한 것 같다. 특히 티샷이 잘 안됐다”면서도 “1라운드 종료 후 늦은 시간까지 코치님과 전화로 상의를 하면서 티샷 연습을 했다. 그 점이 오늘 라운드에 도움이 됐고 오늘 퍼트가 스스로 놀랄 정도로 잘 됐다”고 전했다.
우승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상희는 “3라운드도 오늘만큼만 플레이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며 “아직도 그린이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지만 오늘 경기하면서 캐디와 상의한 부분들에 유의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공략해보려고 한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파주=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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