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4 토크박스] “기사 보고 알았습니다. 저도 모르는 새 히든카드가 됐더라고요.”

삼성 이승현이 마운드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사자군단이 꽁꽁 감쳐뒀던 카드, 심지어 본인도 몰랐다.

 

지난 13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2025 KBO 포스트시즌(PS)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은 1승1패 상황서 펼쳐진 시리즈 분수령이었다. 그곳에서 삼성이 활짝 웃었다. 원태인을 위시한 마운드의 힘으로 5-3 쾌승을 빚었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원태인(6⅔이닝 1실점)의 활약이 핵심이었지만, 그 쾌투의 가치를 온전히 지켜준 불펜진의 힘도 쏠쏠했다.

 

‘신 스틸러’는 우완 이승현이었다. 원태인이 내려간 마운드를 이어 받아 이지영과 박성한을 깔끔하게 정리해냈다.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두 번째 단추를 훌륭히 꿰준 셈.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승현이 히든카드였다. 조커로 준비했는데 두 타자 확실하게 잡아서 흐름 끊어주는 좋은 활약을 해줬다”며 콕 집어 칭찬을 건네기도 했다.

 

진정한 ‘히든’ 카드였다. 이승현 본인도 자신이 히든카드인지 몰랐다. 14일 열릴 4차전을 앞두고 만난 이승현은 “몰랐다. 히든카드인지 조커인지도 모두 기사 보고 알았다. 감독님이 그렇게 말해주셔서 사실 좀 놀랐다”고 껄껄 웃었다. 이지영, 박성한에 상성이 좋았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내가 약한 타자는 잘 기억하는데 강했던 선수들은 잘 모른다. 그것도 기사 보고 알았다”고 미소 지을뿐이다.

 

개인적으로 품은 마음의 빚을 안고 가을을 누비는 이승현이다. 그는 “시리즈 전부터 우리가 상대에 비해 불펜이 열세로 불렸는데, 내가 그 열세의 주범이었다. 항상 팀에 미안하다. 특히 시즌 말에 특히 안 좋아서, PS가서 잘하라는 뜻인가보다 싶어 열심히 준비했다”며 “또 오히려 우리가 열세라 더 낫다고 본다. 잘하면 땡큐이지 않나. 플러스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다함께 준비했다. 좋은 동료들이 있는만큼, 계속 히든카드로 남아있고 싶다”고 마지막까지 환한 미소를 띄워 보냈다.



대구=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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