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3] 믿었던 에이스의 붕괴-쌓여가는 필승조 출혈… 낯빛 어두워진 SSG, 이제 기적이 필요하다

SSG 드류 앤더슨. 사진=뉴시스

 

 

가지고 있는 최고의 무기가 뭉뚝해진다. 투혼과 기적, 어려운 시나리오가 필요해졌다.

 

프로야구 SSG가 벼랑 끝에 몰렸다.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2025 KBO 포스트시즌(PS)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에서 3-5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승2패가 됐다. 더이상의 패배도 허용되지 않는 벼랑 끝이다. 한 번만 더 진다면 이대로 시즌 종료다. 힘겹게 따냈던 정규시즌 3위, 업셋이라는 충격적인 결말로는 이 시즌을 마치고 싶지 않은 SSG다.

 

다만, 의욕과 현실은 별개다. 잃은 것이 너무 많은 한판이었다. SSG의 2025시즌을 지탱해주던 마운드가 붕괴됐다는 게 무엇보다 치명적이다.

 

우선 믿었던 ‘외인 에이스’ 카드가 물거품에 그쳤다는 게 악재의 시작이다. 정규시즌에서 코디 폰세(한화)와 함께 리그를 지배하는 강투수로 위엄을 떨친 드류 앤더슨이 3차전에서 무너졌다. 궂은 날씨로 인한 40여 분의 우천 중단과 야수진 실책이라는 불운이 맞물리긴 했지만, 3이닝 3실점(2자책점)은 분명 SSG가 기대한 성적표가 아니었다.

 

내심 앤더슨의 3차전 등판이 시리즈 ‘킥’이 될 수도 있었음을 감안하면 아쉬움은 배가 된다. 당초 1차전 선발이 확실해보였던 앤더슨은 불의의 장염 증세로 등판이 밀렸다. 그럼에도 SSG는 2차전 ‘신성’ 김건우의 깜짝 활약과 김성욱의 끝내기 홈런 속에 1승1패로 시리즈를 팽팽히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 승부처에서 앤더슨이 확실한 1승을 얹어준다면, 시리즈는 단숨에 SSG로 기울 수 있었다. 그러나 믿었던 도끼의 날이 생각보다 날카롭지 않았다.

 

SSG 이로운. 사진=SSG랜더스 제공

 

여진이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앤더슨이 단 3이닝 소화에 그치면서 불펜으로 부하가 넘어갔다. 1차전 선발이었던 미치 화이트도 2이닝(3실점)에 그쳤고, 2차전 선발 김건우도 3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단기전인 데다가 1,2점 차 승부가 지속되면서 불펜이 짊어진 짐이 너무 무거워져버렸다.

 

삼성이 바랐던 시나리오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시리즈 전부터 평균자책점 리그 1위(3.36)에 달하는 SSG 불펜진을 향한 경계를 내비쳤다. “SSG 불펜에 대한 공략이 시리즈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배경이다. 타격코치와 함께 머리를 싸매고 필승조 상대법을 준비하기도 했다.

 

SSG 입장에서는 불 보듯 뻔했던 공략 포인트를 상대에게 허용하고 말았다. 1승2패가 더욱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숭용 SSG 감독은 그럼에도 평정심을 찾는 데 집중한다. 이 감독은 “지금 불펜 과부화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4차전은(김)광현이가 선발로 나간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서 인천까지 어떻게든 가게끔 승리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며 “‘변수 가능성은 전혀 없다. 광현이 뒤에는 필승조 전원 대기다.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는 건 모두 하겠다. 다만, 선발 투수들을 중간에 기용할 생각은 없다”고 정공법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구=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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