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진 먹고 기록 세웠네요.”
‘캡틴’의 품격이다. 외야수 구자욱(삼성)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PS)’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서 3번 및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을 신고했다. NC와의 와일드카드(WC) 결정전 때만 하더라도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다. 침묵은 길지 않았다. 준PO 2차전서 이번 PS 첫 안타를 때린 데 이어 이날은 멀티히트를 때려냈다.
두 개의 안타. 정작 구자욱의 머릿속엔 범타로 물러난 타석이 맴돌았다. 4-1로 앞선 5회 말이었다. 1사 2루 찬스서 구자욱이 나섰다. 상대 세 번째 투수 이로운을 마주했다. 놀라운 집중력을 자랑했다. 무려 17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파울만 12개를 쳤다. 구자욱은 “계속 결과가 안 나와 아쉽더라”면서 “공이 앞으로 잘 안 나가더라. 꼭 살아 나가고 싶었는데 안됐다. 많은 공을 보고 나서 (돌아서려니) 더 아쉬운 기분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신기록이다. 프로야구 PS 한 타석 최다 투구 수를 새롭게 작성했다. 종전까지 이 부문 최다 기록은 이택근(당시 현대)이 가지고 있었다. 2003년 10월19일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2차전서 제춘모(당시 SK)를 상대로 15구를 던지게 한 바 있다. 정규시즌으로 한정하면 이용규(키움)가 KIA 소속이었던 2010년 8월 29일 박준수(당시 넥센)를 상대로 뽑아낸 20구다. 전해들은 구자욱은 “다른 기록을 세우고 싶었는데”라며 “삼진 먹고 기록을 세웠다”고 껄껄 웃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구자욱의 끈질긴 승부는 팀 전체에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가 됐을 터. 추가점으로 이어졌다. 이로운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로운은 후속 타자 르윈 디아즈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낸 뒤 김영웅을 상대했다. 김영웅은 우익수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적시 2루타를 때려냈다. 구자욱은 “그렇게 보였다고 다행이다. 사실 안타를 치고 싶었다. 팀 분위기가 너무 좋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가 있어도 이겼으니 다 괜찮다”고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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