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3 MVP] 가을을 지배하는 원태인 “상상했던, 그대로”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어젯밤 상상했던, 거의 모든 게 이뤄졌다.”

 

중요한 경기, 또 한 번 원태인(삼성)이 역투를 펼쳤다.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PS)’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에 선발투수로 나서 6⅔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지난 7일 NC와의 와일드카드(WC) 결정 2차전(6이닝 무실점)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역투를 펼친 것. 원태인의 활약에 힘입어 삼성은 5-3 승리를 거뒀다. 원태인은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다음은 원태인과의 일문일답이다.

 

Q. 승리소감을 말해 달라.

“엄청 중요한 경기였다. 우리가 (준PO 2차전서) 끝내기 홈런으로 분위기를 빼앗기고 온 상황이었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길 수 있어서 기분 좋다.”

 

Q. 비로 경기가 중간에 멈췄다. 어떻게 준비했나.

“최대한 빨리 재개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7시 20분에 재개된다고 하기에, 그때부터 다시 실내에서 스트레칭했다. 열이 안 식게 하려고 했다. 1회 투구를 마치고 난 뒤에 지연이라 오히려 오늘이 더 힘들었다. 다시 외야에 나가서 몸 풀고 캐치볼도 하면서 준비를 했던 게 감각을 다시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Q. (상대 선발투수) 앤더슨이 부담되진 않았나.

“언젠가 넘어야할 산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자신감이 있었다. WC 결정 2차전에서 좋은 피칭을 했고 이번에도 준비하면서 컨디션 좋다고 느꼈다. 차라리 나랑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로 인해서 (아리엘) 후라도가 불펜 등판하게 됐고, 때마침 나랑 붙게 됐다. 중요한 타이밍에 붙게 되더라. 2승으로 (대구에) 왔으면 편했을 텐데(웃음). 확률도 100%라는 걸 보고 부담이 되긴 했다. 오늘 이기면 우리에게 기세가 완전히 온다고 생각했다. 꼭 이기고 싶었는데 이렇게 돼서 기분 좋다.”

 

Q. 6회까지 90구였다. 7회 등판 자진했다고.

“5회 공격이 길었고, 클리닝 타임까지 나오면서 힘이 떨어지는 걸 느끼긴 했다. 6회를 마무리하고 내려왔을 때 내 구위에 대해 반신반의를 했다. 코치님께서 감독님이 의사를 물어보라고 하신다고 하더라. (포수) (강)민호형한테 바로 갔다. 민호형 ‘제가 던지는 게 맞습니까’ 하니까 ‘지금 공 너무 좋다. 맞아도 네가 맞아라, 네가 던졌으면 좋겠다’고 해주셔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내가 느끼기엔 힘이 떨어졌지만, 아직 힘이 남아있구나 싶어 올라가겠다고 말씀드렸다.”

 

Q. (4회) 실점하고는 강민호가 무슨 말을 했나.

“‘네가 언제부터 점수 안주는 투수였냐. 1점 줬다고 세상 무너진 표정 하냐’고 하시더라. 항상 실점하고 나면 민호형이 농담을 많이 해주신다. 끝나고 뭐먹을래 이런 얘기도 많이 한다. 오늘도 기분, 긴장 풀어주려고 하시더라. 무사 2루에서는 솔직히 한 점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4,5번 잘 잡고 나니까 여기서 무실점으로 막으면 오늘 경기가 넘어 올거라 생각했다. 2아웃되고 꼭 막고 싶었는데 한 점 추격을 허용한 게 많이 아쉬웠다. 민호형이 하던 대로 열심히 하라고 한 게 컸다.”

 

Q. 7회 아웃카운트 하나 남기고 내려왔다.

“7회까지 마무리하는 걸로 생각하고 올라갔다. 두 번째 타자 승부가 길어졌고, 투구 수도 많아졌다. 코치님이 올라오셔서 의사를 물어봐주셨다. 바꿔줄까 하시더라. 여기서 더 던지면 다음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았다, 또 이지영 선배가 나를 상대로 항상 좋은 타격 보여주시지 않았나. 나보다는 불펜을 믿었다. 코치님도 내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그래서 거기서 마무리했다.”

 

Q. 7회 초, 안상현에게 11구를 던졌다.

“죽겠다. 그때 너무 힘들었다. 하필 마지막에 11구 승부가 100개 넘어가고 이뤄졌다. 너무 끈질기게 승부를 해왔다. 될 대로 대라 하고 던졌는데 루킹 삼진이 됐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하늘을 봤던 것 같다. 다행이라는 마음이 컸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Q. 마운드서 내려올 때, 팬들이 기립박수를 치더라.

“항상 기립 박수 받으며 (투구를) 마무리 한다는건 최고 영광이다. 뭔가 어제 자기 전에 혼자 상상을 했다. 상상한대로 모든 게 다 이뤄졌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아, 원래 무실점을 상상해서 1실점은 어긋난 게 있긴 하다. 모든 게 잘 풀려서 기분 좋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모습은 뜻깊었다.”

 

Q. 비가 올 때 하늘을 원망하지는 않았나.

“계속 원망하고 있다. 오늘도 실내 들어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라. 이게 아닌 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수포 덮는 순간 2,30분 기본 소요되지 않나. 또 어깨가 식는구나 생각했다. 지난해에 겪은 아픔이 큰 경험이 됐다. 그 덕에 버틸 수 있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Q. 김성윤이 타격으로 승리 도왔는데.

“타격보다 수비에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오늘도 그렇고 지난 WC 결정전에서도 힘들어하는 타이밍에 좋은 수비를 해줘 이닝을 마무리했다. 오늘도 그런 수비가 있었기 때문에, 좋은 흐름을 탄다고 해야 할까. 그런 게 너무 중요한데, (김)성윤이형이 좋은 수비를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Q. 역대 에이스들은 PS에서 불펜 마무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그런 것도 가능한가.

“그렇다. WC 결정 1차전에도 불펜대기 했다. 팀에서 맡겨만 준다면 언제든 나갈 준비가 돼있다. 그런 낭만이 있지 않나. 멋있다고 생각한다. 내 몸만 괜찮고 회복만 순조롭게 잘 된다면 언제든지 불펜대기 요청에 스스럼없이 임할 것 같다.”

 

Q. 그간 에레디아에게 약했는데, 오늘은 잘 막았다.

“크게 약했다는 생각은 안한다. 맞은 타구 보면 다 먹힌 타구가 많았다. 똑같은 타자 상대한다고 생각했다. 1회에 직구로 삼진 잡은 게 가장 컸던 것 같다. 마지막에 변화구 실투하나 던졌는데 헛스윙 되는 거 보고, 그 때도 2사 2루 위기였는데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실투 던졌을 때 결과 못낸 거 보며 위기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 했다.”

 

Q. 시즌 최다 투구 수, 그다음 투구 수가 PS에서 나왔다. 남은 시리즈 어떨까.

“여기서 더 보여주려면 완투, 완봉 정도 해야 할 것 같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두 번 했는데, 투구 수 대비 이닝을 크게 가져가진 못한 거 같다. 시즌에는 7,8이닝도 100개 안으로 막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단기전은 실투 안 던지기 위해서 더 신중하게 던지려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시즌 때와는 다른 피칭 스타일 가져간다. 시즌에는 맞더라도 들어가는 피칭 한다면, 지금은 안 맞아야 되니깐 신중하게 던지면서 투구 수가 많아진다. 그렇게 되더라도 점수 안 주는 게 첫 번째다. 시즌은 6이닝 3실점 생각하지만, 여기는 5이닝 들어가도 실점 없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당연히 투구 수가 많아진다. 다행히 많아지는 시점에도 힘이 안 떨어진다고 느끼고 있다. 투구 수 많아도 잘 버티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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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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