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또 이겨내야겠구나’ 싶었죠(웃음).”
프로야구 삼성의 에이스 원태인은 시험대 위에 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을 둘러싼 의문부호를 하나씩 지워가는 것을 오히려 즐기고 있다. 증명은 그에게 있어 자극제이자 성장의 동력이다.
선수 본인은 “몇 년 전부터 ‘너무 많이 던졌다’부터 ‘이제 무너질 때가 됐다’는 말이 셀 수 없이 많았다”며 “그럴 때마다 이들이 틀렸다는 걸 직접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고 미소 지었다.
늘 자신감이 넘친다. 이번 포스트시즌(PS)에서도 또 한 번 자신의 이름을 새기려 한다. 삼성은 SSG와의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PS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를 치르고 있다. 인천 원정서 1승1패로 팽팽히 맞섰다.
무대를 ‘사자굴’로 옮긴다.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준PO 3차전은 분수령이 될 터. 가장 믿음직스러운 카드를 꺼낸 삼성이다. 3차전 선발투수로 원태인을 내세웠다.


삼성의 정규리그 4위(74승2무68패) 및 가을야구 진출 주역 중 한 명이다. 원태인은 올 시즌 27경기서 12승4패 평균자책점 3.24(166⅔이닝 60자책점)를 마크했다. 토종 투수 가운데 다승과 이닝 부문서 1위, 평균자책점 2위다.
지난 7일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차전에서도 NC 상대로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쳐 모든 이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담대한 심장을 지녔다. 2021년 KT와의 정규리그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서 6이닝 1실점 비자책점 호투를 펼친 게 대표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벼랑 끝일수록 더 강해진다. 삼성이 업셋 탈락 위기에 몰린 이번 WC에선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던졌던 기억이 꽤 있다. 사실 이렇게 많아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웃은 원태인은 “항상 잘 이겨냈다. 덕분에 얻은 ‘빅게임 피처’라는 별명이 정말 좋다. 팬들께서 내 이름 앞에 불러주실 때가 제일 뿌듯하다. 이번 가을에도 영웅이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전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원태인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는 “작년 가을야구를 치르면서 정말 많은 걸 느꼈다”며 “끝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듯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번엔 (하늘에서) ‘그때의 아쉬움을 만회하고 이겨내라’는 메시지가 내게 오는 것 같다”고 했다.
후배들에게도 아낌없는 조언을 건넨다. PS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내야수 김영웅과 막내 투수 배찬승 등을 향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원태인은 끝으로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는 무대 아닌가. 그래도 계속해서 편한 마음으로 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머무르기보다는 긍정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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