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이정현 살아야 ‘도깨비팀’ 소노 산다

사진=KBL 제공

 

불쑥 나타나 판을 뒤집는다. 남자프로농구 소노의 매력은 한순간 흐름을 뒤흔들 수 있는 에너지에 있다. 코트 위 폭발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즉 언제 어떻게 터질지 알 수 없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도깨비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개막 2연패를 딛고 우승후보 SK를 격침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요술방망이의 손잡이를 쥔 에이스 이정현이 본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창단 뒤 2년 내내 울퉁불퉁 돌길을 걸었다.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8위에 봄농구 탈락의 아픔을 겪은 것. 전 사령탑들은 각자의 이유로 명예롭지 못하게 팀을 떠났다. 올 시즌은 달라야 했다. 소노는 팀을 가장 잘 아는 내부인사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새출발을 선언했다. 전신 데이원 시절부터 코치와 전력분석팀장 등으로 함께한 손창환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스타트가 좋진 않았다. 개막과 함께 정관장과 현대모비스 상대로 2연패를 당하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큰 기대를 모았던 에이스 이정현의 야투 감각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앞 2경기에서 3점슛을 11차례 시도해 단 한 개도 넣지 못한 게 방증이다.

 

국가대표 가드인 이정현은 앞서 2023∼2024시즌 기량발전상과 베스트5, 3점슛·어시스트·스틸상까지 휩쓸며 한국 농구의 현재이자 미래로 우뚝 섰다. 다만 직전 시즌엔 부상에 시달렸고, 올 시즌은 건강한 몸으로 팀과 선수 본인의 동시 반등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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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토대를 조금씩 그려낸다. 소노는 지난 8일 고양 소노 아레나서 열린 SK와의 정규리그 홈 맞대결에서 82-78로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 LG와 KT를 차례로 격파하는 등 개막 2연승을 달리며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팀 상대로 쓰라린 첫 패를 안겼다.

 

이정현이 그 중심에 섰다. KBL 최고 수비수로 평가받는 SK 오재현의 집중마크를 이겨내고 3점 3개 포함 16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을 써냈다.

 

선수 한 명에게만 의존하는 플레이가 아니었다. 이날 삼각편대를 이룬 네이던 나이트(25점)와 케빈 켐바오(18점) 등이 이정현과 합작한 점수만 59점에 달한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소노의 팀 득점은 경기당 68점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이제 막 3경기를 소화한 걸 감안해야 겠지만, 유일하게 70점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9위인 한국가스공사가 평균 71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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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정현이 터져야 나머지 선수들도 덩달아 활력을 찾는 모양새다. 이정현의 공격 리듬이 살아날 때 팀 전체 생산성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여준 SK전이 그랬다.

 

손 감독은 시즌 전 “팬들과 함께 봄농구를 만끽하는 게 목표”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냉정히 말해 전문가들의 시선은 차갑다. 대부분의 예측에서 소노를 상위권이 아닌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그럼에도 ‘다크호스’ 후보로는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정현을 필두로 한 도깨비의 한 방이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소노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현일 tvN SPORTS 해설위원은 “소노가 2년간 부침이 많았지만, 팀 문화와 선수들 특성 등을 속속 꿰고 있는 손 감독을 선택한 점을 주목하고 싶다”며 “(건강한) 이정현도 빼놓을 수 없다. 워낙 농구를 잘하는 선수인데, 체중 감량으로 몸을 더욱 가볍게 만들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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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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