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은 짜고 매운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에게 흔한 암으로 꼽힌다. 다행인 것은 생존률도 높다는 점이다. 2024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2022년 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78.4%를 기록했다. 이는 2001년~2005년과 비교했을 때 20.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는 국가암검진 사업 등으로 조기에 위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치료 기법이 나날이 발전해 완치되는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위암 환자 중 약 10%의 환자는 진단 당시에 수술로 완치가 불가능한 4기 위암으로 진단받는다. 초기 위암은 내시경적 절제나 수술 치료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지만 증상을 간과하다가 진행된 상태에서야 치료를 시작하면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서원준 고대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사진)의 도움말로 위암의 진단부터 치료에 대해 들었다.

-위암을 조기 발견하기 어려운 편인가. 특징적인 증상은.
“초기 위암의 80% 이상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10% 정도에서는 속쓰림 증상을 느끼는데 위염이나 위궤양 등 다른 위장 질환과 구분하기가 어려워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3기나 4기까지 진행이 된 후에야 구토를 하거나 배가 쉽게 부르며 고형식을 먹기 힘들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시기에 접어들면 체중이 감소하고 식욕이 없고 쉽게 피곤해진다. 암에서 피가 나는 경우 검은 변과 토혈, 이로 인한 빈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위암이 생기는 원인은.
“위암은 어느 한 가지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기 보다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발암물질로 분류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에 걸릴 확률이 약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과 음주도 약 2배 가량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이밖에 음식이 타면서 생성되는 헤테로사이클릭아민과 벤조피렌 등의 작용에 의해 정상 세포의 돌연변이가 유도돼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위암 발생률이 2배 더 높다.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암 검진에 신경써야 한다.”
-서구에서보다 한국인 발병률이 높다고 하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위암의 발생은 지역적 특징이 강한 편이다. 서양보다 동아시아, 특히 우리나라에서 위암의 발생이 높다. 사실 위암 발병에는 식생활도 영향을 미친다. 짠 음식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위벽이 손상되고 발암물질로 알려진 질산염화합물이 생성돼 위벽이 발암물질에 노출되면서 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는 위암 발생 위험을 최대 4배까지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경우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권장 소금 섭취량인 5g을 뛰어넘는 성인 소금 섭취량(하루 평균 12.5g)과 헬리코박터균 감염 등의 식생활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위암의 병기는 어떻게 분류되나.
“이는 1~4기로 나누어지며 각각 복잡하게 세분화돼 있다. 통상적으로 초기 위암이라 불리는 1기 위암 중 ▲암이 점막층에 국한되어 있고 ▲분화도가 좋고 ▲궤양이 없으며 ▲크기가 2㎝ 이내로 작은 경우에는 위 절제 없이 내시경적 점막하절제술(ESD)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나머지 환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치료를 해야 하나.
“내시경적 점막절제술로 치료가 가능한 환자를 제외하고 80% 가량의 환자는 위 절제와 주위 림프절 절제가 표준 치료법이다. 수술은 현재까지 위암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위암이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고 위와 그 주위의 국소 림프절에 국한돼 있을 때 즉 수술로써 모두 제거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을 때 수술을 시행한다. 2기 이상의 위암은 수술 후 항암치료가 표준치료다. 다만 위 주변 림프절이 아닌 멀리 떨어진 곳의 림프절까지 전이가 되었거나 복막에 파종이 되었거나 간·폐·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다.”
-위암 수술의 목표는.
“암을 완전히 절제하면서도 주변 장기들을 보존해 절제 이후에도 식생활과 영양 섭취에 가능한 한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 점차 개복 수술을 대체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과 같은 범위의 위와 림프절 절제를 할 수 있으면서도 상처가 작아 통증이 적고 회복 기간이 짧다. 기존에는 초기 위암에서만 복강경 수술이 시행됐으나 최근 연구 결과들에서는 진행성 위암에서도 개복과 비슷한 생존률을 보여주며 초기 통증 조절에 뛰어난 효과를 보여 복강경 수술이 표준 수술로 인정받고 있다. 로봇을 활용한 수술 방법도 생존률에 큰 차이가 없고 합병증을 낮추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예후가 나쁜 경우는.
“복막 전이다. 이는 위암 4기 환자의 40%에서 발생하는데 중앙 생존기간이 2~9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복막 전이는 원발 부위인 위벽이나 전이된 림프절을 뚫고나와 복강 내로 흩어진 암세포로 인해 발생한다. 소화 및 식이기능 저하, 통증, 황달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복막 전이가 된 경우 전혀 방법이 없나.
“복막 전이 위암은 기존 전신 항암제를 사용하더라도 복강 내 약물 농도가 낮아 치료 효과에 한계가 있고 장폐색이나 악성 복수 등 여러 합병증으로 삶의 질이 극도로 저하되는 문제가 지속돼 왔다. 최근에는 복강 내에 직접 항암제를 투여하는 ‘복강 내 항암요법’에 대한 임상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고대구로병원 위암팀이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복강 내 항암요법’을 ‘전신 항암제’와 병용해 사용한 2상 연구에서 6개월 무진행 생존율이 82.6%로 나타나 기존 전신 항암요법의 6개월 무진행 생존율(30%) 대비 2.7배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현재 고대 구로병원의 주도로 다양한 기관이 해당 3상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젊은 위암 환자가 부쩍 늘었다.
“그렇다. 젊은 층에서는 자신의 증상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 위암이 진행된 후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젊은 나이의 환자들은 국가 조기 검진의 대상자가 되지 않거나 40세 이상으로 조기 검진의 대상이 되더라도 내시경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복통이나 소화불량도 소홀히 여기지 말고 내시경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가족력이 있으면 40세 이전이라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조기 검진을 통해 초기에 암을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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