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구창모(NC)는 강하다.
프로야구 NC가 기적을 노래한다.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PS)’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서 4-1 승리를 거뒀다. 정규리그 막판 9연승을 거뒀던, 좋은 흐름이 가을야구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열세를 딛고 거둔 승리라 더 값지다. 많은 지표들이 NC에게 불리했다. 삼성은 정규리그 4위 자격으로 1승을 안고 출발한다. 일찌감치 순위를 확정,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반면, NC는 이틀 전까지 경기를 치렀다. 1선발 라일리 톰슨을 선발투수로 내세우지 못한 이유다.
NC가 선택한 선발투수는 구창모였다. 기량 자체는 확실하다. 프로 5년차인 2019년 23경기서 10승7패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 잠재력을 터트렸다. 2020년에도 전반기에만 9승 평균자책점 1.74를 마크했다. 부상으로 잠시 쉬었지만 그해 가을 돌아와 NC의 창단 첫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NC가 2022년 12월, 7년 최대 13억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체결한 배경이다.
다만,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부상 악재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데뷔 후 단 한 번도 정규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도 불발, 군 복무를 위해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다. 지난 6월17일 제대했지만 1군 무대에서 구창모를 보기까진 꽤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차근차근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과정이었다. 구창모는 올 시즌 정규리그 기준 4경기(14⅓이닝)에 나서 1승 평균자책점 2.51를 작성했다. 한 경기 소화한 가장 긴 이닝은 지난달 24일 잠실 LG전서 기록한 4⅓이닝이었다. NC는 마지막까지 로건 앨런 사이서 고민했다.
공은 둥글다. 최고의 피칭으로 팀의 ‘내일’을 이끌었다. 구창모는 이날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1실점(1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투구 수는 75개. 당초 예상했던 투구 상한선(85개)에도 여유 있었다. 최고 구속은 144㎞로, 한창 때와 조금 달랐지만 날카로운 제구로 승부했다.
구창모가 PS 마운드에 오른 건 2020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이후 약 5년 만이다. 앞서 PS 12경기서 2승1패 평균자책점 4.67을 기록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경기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신고하며 보란 듯이 최상의 시나리오를 연출해냈다.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정규리그를 5위로 마무리한 NC. 다음 관문으로 가기 위해선 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WC 2차전도 잡아야 한다. 2015년 WC가 도입된 후 5위 팀이 4위 팀을 누르고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한 사례는 딱 한 번뿐이다. 지난해 KT가 두산을 꺾고 새 역사를 썼다. NC가 쓰는 반전드라마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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