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잡기 힘들어” K-팝은 반짝, 공연장은 바싹 [대형 무대 없는 K-팝 종주국]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동측광장에서 열린 2025 강남 페스티벌 'HEY! 강남 패밀리 콘서트'에서 시민들이 가수 김창열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뉴시스 제공

“공연장 잡기가 너무 힘들어요. ‘빨리 잡는 사람이 임자’ 같은 경쟁의 느낌이죠. 여러 사이즈의 공연장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밴드 씨앤블루 정용화가 과거 인터뷰에서 국내 공연장의 현실에 대해 던진 솔직한 발언이다. 데뷔 초부터 일본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쳐온 그는 “일본은 공연장이 많아서 부럽다. 중간 사이즈도, 작은 사이즈도 많다”며 국내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예매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2025년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연시장은 1070만 매의 티켓예매와 7414억 원의 티켓판매액을 기록하며 역대 상반기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중 대중음악 공연의 비중은 예매 수 기준으로 약 25.1%, 티켓판매액 기준으로는 34.1% 증가했다. 공연 건수와 회차도 각각 22%, 28.8% 증가하며 공연시장 전반 확대를 견인했다. 

 

국내 대중음악의 주축을 담당하는 K-팝, 이들이 공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하지만 ‘공연장 기근’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비상하는 K-팝의 날개를 꺾고 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2024 체육인대회 모습. 뉴시스 제공

◆K-팝 훨훨 나는데…공연장 없는 현실에 ‘코리아 패싱’ 

 

가요계 제작자들로 구성된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는 최근 K-팝 공연 매출이 국가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 공연 인프라는 급성장하는 K-팝 산업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실을 문제 삼았다. 해외에서는 스타디움급 공연장을 채우는 K-팝 그룹이 정작 국내에서는 그 규모를 실현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공연장은 규모와 용도에 따라 분류된다. 1000석 이상의 대공연장, 3000석 이상 1만석 이하의 실내 아레나, 3만석 이상의 초대형 스타디움 등으로 나뉜다. 인기 K-팝 그룹의 경우 관객 동원력에 따라 약 5000석 규모의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구 SK핸드볼경기장)를 비롯해 1만 석 규모의 잠실 실내체육관, 실내 공연장 중 최대 규모의 1만5000석 규모의 KSPO돔(구 체조경기장) 등을 선호한다.

 

 왜 대관이 힘들까. 절대적인 공연장 수 자체가 적지만 기존 인프라조차 여러 사연이 있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은 리모델링 수리 중이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올해부터 그라운드석(잔디석) 판매 제외 조건으로만 대관을 허용하고 있다. 그나마 약 1만5000석 이상의 관객 수용이 가능한 고척 스카이돔은 프로야구 경기가 우선시 돼 일정조율이 녹록지 않다. 결국 국내에서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 위주의 장소는 KSPO돔 뿐이다. 대관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대안은 없다. 티켓을 구하려는 팬의 간절함도 피를 말린다. 

 

팬덤의 규모가 커지면서 1만여명 규모의 공연장을 구해 이틀간 주말 공연을 연다 해도 역부족이다. 고육지책으로 같은 공연을 여러 차례 개최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지난 4월 콜드플레이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총 6회에 걸쳐 내한 공연을 펼쳤다. 임영웅 역시 오는 11월 KSPO 돔애서 2주에 걸쳐 6회 공연을 연다.

 

 ‘코리아 패싱’까지 벌어졌다. 해외 팝스타들이 월드투어 일정에서 한국을 제외하게 된 것이다. 대형 공연장이 부재한 탓에 테일러 스위프트는 한국 공연을 포기했다. 2023년 일산 킨텍스에서 임시 무대를 설치해 진행된 포스트 말론의 공연은 시야 제한 등 관객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제공

◆5만석 규모 ‘K-팝 아레나’는 언제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지난 5월 고질적인 서울 시내 공연장 부족 현상을 두고 정부에 K-팝 아레나 건립 등을 제안하는 성명서를 냈다. 국회 세종 이전이 현실화할 때 국회의사당 부지에 K-팝 아레나를 건립하거나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과 그 주변 부지에 3만석 규모의 대형 실내 공연장을 세우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형 체육시설에 일정 일수 이상 공연 개최를 보장하는 공연 쿼터제 도입까지 주장했다.

 

 여러 제안이 오가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시간이 필요하다. 잠실 운동장 주경기장은 내년 12월 리모델링을 끝낸다. 경기 고양시의 K-컬처밸리는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서울 창동에서 건설 중인 서울아레나는 완공까지 수년이 더 남았다.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당시 K-콘텐츠 산업을 국가 핵심성장축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K-팝과 관련해 5만석 규모의 대형 복합 아레나형 공연장 조성, 중소형 공연장 조성 등을 내세웠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형 아레나 구축 연구 예산 5억원을 편성해 발걸음을 내디딘 상태다. 하지만 5만석 규모의 서울 공연장은 토지값을 제외한 건립비용만 6000억원 이상 들 것으로 추정돼 현실로 다가오기까지 쉽지않은 전망이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