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산업의 글로벌 성장과 맞물려 국내 아이돌 그룹은 역대 최대 규모로 해외 투어에 나서고 있다. 대형 스타디움 및 주요 도심 아레나를 중심으로 공연장 규모를 확대하는 추세지만 국내에선 인프라 부족으로 한계에 부딪혔다.
◆블랙핑크·스트레이 키즈, 해외 스타디움서 수만 관객 운집

최정상 K-팝 걸그룹 블랙핑크는 현재 진행 중인 월드투어를 통해 완전체 컴백을 자축하고 있다. 지난 7월 국내를 시작으로 16개 도시, 33회차에 걸친 월드투어를 전개 중이다. 미국에서는 LA 소파이 스타디움·뉴욕 시티 필드·시카고 솔저 필드 등 5만여명 이상 규모의 대형 야외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는 이틀간 공연하며 전 세계 걸그룹 최초 양일 매진·최다 관객(10만여명) 동원 신기록을 달성했다.
유럽 주요 도시도 대형 공연장이 기준이 됐다.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스타디 올림픽 류이스 콤파니스 등 5~6만명급 초대형 스포츠 경기장을 활용했다.
특히 웸블리 스타디움은 1985년 퀸의 전설적인 무대를 비롯해 마이클 잭슨·비욘세·테일러 스위프트 등 전 세계 최정상 뮤지션들이 발자취를 남긴 팝의 성지로 불린다. 당초 1회차 공연만 예정됐지만 예매 시작 1시간도 안 돼 전석 매진에 가까워지자 2회차 공연으로 늘렸다.
블랙핑크는 이번 투어를 통해 K-팝 걸그룹 최초로 웸블리 스타디움에 입성, 11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파리와 밀라노 공연에서도 전석 매진 및 11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관객을 동원했다. 블랙핑크의 이번 월드투어는 단순 실내 아레나가 아닌 세계적인 팝스타와 동등한 수준의 야외 스타디움 투어라는 점에서 뜻깊다. 팬덤 확장과 함께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 글로벌 티켓 파워와 기록적인 투어 매출 달성이 기대된다.

글로벌 K-팝 보이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5개 대륙, 전 세계 34개 지역·54회 공연에 달하는 역대급 월드투어를 진행했다. 최소 5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유럽 여러 도시의 대형 스포츠 아레나, 북미의 주요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며 대부분 지역에서 매진 기록을 세웠다.
지난 7월에는 K-팝 아티스트 최초로 손흥민이 활약했던 영국 토트넘 스타디움에서 단독 공연을 펼치며 현지 9만 관객을 열광시켰다. 또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좌석 수 기준 7만여명이 수용 가능한 스타디오 올림피코를 전석 매진시켰다. 이 공연은 로마에서 개최된 K-팝 콘서트 가운데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스트레이 키즈의 이번 월드투어는 K-팝 투어 역사를 새롭게 썼다. 평균 관객은 4만여명, 총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K-팝 단일 투어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경신했다. 글로벌 콘서트 수익을 기록하는 미국 매체 투어링 데이터(Touring Data)에 따르면 54개 공연을 통해 약 2억6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매진율은 무려 99%에 달했다.
◆전 세계 220만 모은 스키즈, 국내선 3만석 공연장에
해외에서 수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K-팝의 위상을 높이는 블랙핑크와 스트레이 키즈지만 국내에서는 이만한 동원력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스타디움급 공연장이 즐비한 해외에 비해 대형 공연장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블랙핑크는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지난 7월 K-팝 걸그룹 최초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대형 스타디움 공연을 펼쳤다. 시야제한석까지 오픈하며 이틀간 7만8000명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해외 투어시 하루에 5만여명을 모았던 스타디움 공연에 비하면 아쉬운 지점이다.
스트레이 키즈는 다음달 18∼19일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국내 첫 단독 스타디움 공연을 개최한다. 양일 모두 매진을 기록했지만 이 경기장은 최대 3만석 규모다. 최정상 인기를 구가하며 전 세계 220만 관객을 동원한 그룹으로서는 턱없이 모자란 규모다. 북미·유럽은 도심마다 스타디움, 아레나가 다수라 대관 선택지가 넓지만 국내에선 한정적이다. 그마저도 치열한 경쟁 속에 줄 서서 대관을 잡아야 한다. 결국 대형 공연장 확보 여부가 미래의 K-팝 산업 성장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과제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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