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의 ‘6연속 챔프전’ 전성기, 그 서막도 KOVO컵이었다… 가을에 쏜 축포, 화성에 물드는 기대감

IBK기업은행 선수단이 지난 28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고 다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가을의 초입에 들어올린 전초전 트로피, 그들은 지금이 진짜 레이스의 예고편이 되길 바란다.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지난 28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의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뒀다. 구단 역사상 4번째 KOVO컵 트로피와 함께 대회 최다 우승 1위 GS칼텍스(6회), 2위 현대건설(5회)을 바짝 쫓게 됐다.

 

이번 대회가 한국배구연맹(KOVO)의 행정 착오 속에 외인 및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한 ‘반쪽짜리’ 대회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혼돈 속에서 IBK기업은행이 보여준 저력은 분명 심상치 않았다. 대회에 대한 평가절하와 별개로 팀 전력 자체가 크게 상승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 많았기 때문이다.

 

날개의 한 축을 맡는 아웃사이드 히터 라인에서는 ‘터줏대감’ 이소영, 황민경의 대들보가 버티는 가운데,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거듭난 육서영이 에이스의 향기를 물씬 뿜어냈다. 중앙에는 1년 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과감하게 데려왔던 이주아와 성장을 거듭하는 최정민이 높은 벽을 세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현금 트레이드로 영입한 백전노장 리베로 임명옥이 2% 부족했던 코트 안정감을 채운 것도 주효했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지난 27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의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전에서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IBK기업은행 최연진(왼쪽부터), 임명옥, 황민경이 KOVO컵 우승을 확정한 후,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자연스럽게 V리그 새 시즌을 향한 기대감이 치솟는다. 과거 KOVO컵 선전이 오롯이 V리그로 옮겨갔던 기분 좋은 추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1년 창단한 IBK기업은행은 2012년 KOVO컵 준우승으로 가능성을 보였고, 곧장 두 개의 트로피(2013·2015년)를 챙겨 컵 대회 강자로 떠올랐다.

 

그 기운이 V리그에 전이됐다. 2012∼2013시즌 창단 첫 통합우승을 포함해 2017∼2018시즌까지 정규리그 우승 3번, 6연속 챔프전 진출(우승 3회, 준우승 3회) 등 굵직한 발자국을 남겼다. 꾸준함을 앞세운 IBK기업은행이 2010년대를 전성기로 물들이며 강팀 반열에 올랐던 배경이다.

 

이번에도 자연스러운 연결이 되길 바라본다. 충분히 일리가 있다. 탄탄한 국내 선수단과 맞물린 외인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2시즌 연속 동행하는 빅토리아 댄착은 지난 시즌 득점 2위(910점)로 이미 경쟁력을 입증해둔 자원이다. 193㎝의 우월한 신장을 앞세운 신규 아시아쿼터 알리사 킨켈라(호주)는 아포짓 스파이커와 아웃사이드 히터를 오가는 포지션 유연성을 갖췄다. 빅토리아와의 쌍포 구축은 물론, 미들블로커 라인과의 블로킹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과제가 없진 않다.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는 세터 포지션이 힘을 내줘야 한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주로 최연진에게 선발 기회를 주고, 위기 상황에 김하경을 기용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여기에 박은서까지도 기회를 받았다. 긍정적으로는 다채로운 운영이 가능하다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보면 뚜렷한 주전 카드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서 지혜로운 답을 낼 수 있는지가 IBK기업은행의 새 시즌 열쇠가 달렸다.

 

IBK기업은행 김하경이 팀원들에게 사인을 내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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