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쌓인 발걸음, 어느덧 ‘새 역사’가 됐다.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선발투수에게 두 자릿수 승수는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닌다. 정상급 자원으로 분류되는 척도다. 한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쳐야만 가능하다. 국내 자원들로 범위를 좁히면 매년 10명 내외다. 올해는 28일 기준 9명이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한 번도 오르기 어려운 고지를, 무려 12번이나 밟은 이가 있다. SSG의 에이스 김광현이다. 지난 27일 잠실 두산전서 5⅓이닝 2피안타 3볼넷 1실점(1자책)을 기록, 6-2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즌 10승(9패)째. 프로데뷔 후 12번째 마주하는 10승 시즌. 송진우(은퇴), 양현종(KIA·11번)을 넘어 리그서 가장 많은 10승 시즌을 신고한 투수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구단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올 시즌에만 10승 투수 세 명을 배출해냈다. 앞서 외인 원투펀치 드류 앤더슨(11승), 미치 화이트(11승)가 차례로 10승 고지에 오른 바 있다. SSG가 한 시즌 10승 선발투수를 3명 배출한 것은 전신 SK 시절을 포함해 이번이 5번째다. 가장 최근엔 2019시즌 앙헬 산체스, 김광현(이상 17승), 문승원(11승)이 나란히 10승을 작성했다.
숱한 위기를 이겨냈기에 가능한 성과다. 올 시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캡틴’ 완장까지 달고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기복이 있었다. 비자책 경기는 두 차례에 불과하다. 설상가상 지난달엔 왼쪽 어깨 염증으로 고전하기도 했다. 한 차례 선발 로테이션을 건너뛰었지만, 좀처럼 감각이 올라오지 않았다. 8월 4경기를 치르는 동안 평균자책점이 8.66까지 치솟은 배경이다.
좌절은 없다. 언제나 그랬듯,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갔다. 지난 7일 잠실 LG전서 승리를 거두며 변곡점을 만들었다. 5이닝 동안 3개의 탈삼진을 뺏어내며 개인 통산 2000탈삼진을 채웠다. 411경기, 2302⅓이닝만으로, 역대 최소 경기, 최소 이닝 2000탈삼진 기록도 세웠다. 당시 김광현은 “구속도, 구위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점차 힘이 붙은 모습이다.
끝이 아니다. 이날 승리로 김광현은 개인 통산 180승을 완성했다. 송진우(210승), 양현종(186)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다음 목표는 200승이다. 앞으로 2년 내 달성하고자 한다. 목표를 이루고 보다 새로운 마음으로 2028년 청라돔 시대를 맞고자하는 마음이다. 올 시즌 중간, 계약기간 2년, 총액 26억원에 비(非)자유계약(FA)을 맺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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