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새 시즌의 전초전,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건 이제 단 두 팀이다.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은 27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의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준결승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0(25-21 25-15 25-15) 압승을 거두며 한국도로공사가 기다리는 결승으로 향했다.
구단 역사상 4번째 KOVO컵 우승을 바라본다. IBK기업은행은 앞서 2013, 2015, 2016년에 컵 대회를 제패하며 2010년대 중반 꾸준한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우승 소식이 뚝 끊겼다. 2023년 대회가 마지막 결승 진출이다. 당시 GS칼텍스를 마지막 무대에서 만나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해 준결승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2년 만에 그 아픔을 지울 찬스를 잡았다.
셧아웃 스코어에서 알 수 있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3번의 세트 내내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승부를 헤쳐나간 IBK기업은행이다. 팀 범실을 10개로 제어하면서 19개의 실수를 쏟아낸 상대에 우위를 점했다.
잘 조립된 공격도 빛났다. 미들블로커 이주아가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2개 포함 17득점으로 양 팀 합쳐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실어 존재감을 뽐냈다. 그 뒤로 아웃사이드 히터 육서영이 공격성공률 42.11%와 함께 16점을 얹으며 쌍두마차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세터 김하경은 1세트 교체 투입을 시작으로 2∼3세트 모두 선발 출전해 야전사령관으로 현대건설 수비진을 흔들었다. 블로킹도 2개를 뽑아내며 여러 방면에서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현대건설은 지난 23일 GS칼텍스전에서 동료와 충돌해 왼쪽 무릎 염좌 소견을 받고 이탈한 양효진의 공백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준결승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예림이 12득점(공격성공률 34.38%로 분전했으나, 팀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1세트부터 IBK기업은행이 제대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세트 초반 1-8로 크게 밀리고 출발했는데, 이 열세를 뒤집는 묵직한 저력을 과시했다. 교체 출전한 김하경이 소방수로 나서 좋은 토스를 뿌리며 분위기 전환을 이끌었다. 세트 중반 연속 득점을 쌓으며 20-19로 첫 리드를 잡은 IBK기업은행은 그대로 25-21 마침표를 찍으며 초반 분위기를 손에 쥐었다.
제대로 흥이 올랐다. IBK기업은행은 2세트부터 본격적인 현대건설 코트 폭격에 들어갔다. 4-5에서 무려 7연속 득점을 쏟아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고, 10점 차로 단숨에 2개의 세트를 등에 업었다.
마침표도 곧바로 완성됐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이 김다인에서 이수연으로 세터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워가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이미 궤도에 오른 IBK기업은행을 멈춰세우긴 역부족이었다.
IBK기업은행은 9-6 초반 리드 상황에서 김하경의 날카로운 연속 서브 속에 김채연의 속공, 이소영과 황민경의 시간차 득점 등을 엮어 14-6으로 차이를 벌려 성큼 앞섰다. 이 차이를 그대로 확장시킨 IBK기업은행은 문제 없이 경기의 문을 닫고 결승으로 가는 티켓을 품에 안았다.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이 격돌할 대망의 KOVO컵 결승전은 다음날(28일) 같은 장소인 여수 진남 체육관에서 열린다. 남자부 일정에 이어 여자부 일정까지 끝자락에 도달한 가운데, 챔피언을 가리는 피날레만 남겨둔 KOVO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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