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례가 많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민 해외여행객 수는 1456만362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402만3382명)보다 3.9%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여행 이후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해외여행 후 겪는 불면증을 단순히 시차 적응 문제로 치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면증은 그렇게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어려움을 겪거나 뒤늦게 잠들어 아침에 깨기 힘든 경우, 낮 동안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겪는 경우 불면증으로 정의할 수 있다.

불면증 원인은 정신적 스트레스, 생활 습관, 환경, 우울증, 수면질환 등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시차와 피로가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미 잠재되어 있던 수면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불면증은 흔히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시험, 입사, 사별, 친구와의 갈등처럼 큰 스트레스 상황이나 여행 시 시차 적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은 주로 급성 불면증이다. 이는 1개월 미만의 증상으로 단기 약물치료나 규칙적인 수면습관 조정으로 호전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방치할 경우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만성 불면증은 1개월 이상, 대체로 6개월 이상 이어지는데 단순한 수면 보조제나 생활 요령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울증, 수면 중 호흡장애, 운동장애, 류마티스성 질환 등 다양한 기저 원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불면증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수면클리닉에서 시행하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 뇌파, 근전도, 호흡,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기록하면서 불면증뿐 아니라 코골이·수면무호흡증, 기면증, 수면 중 이상행동 등 다양한 수면질환을 구분하는데 기여한다. 진단 후에는 약물요법, 행동인지치료, 수면제한치료, 자극요법 등이 환자 상태에 맞춰 시행된다.
이종우 숨수면클리닉 원장은 "해외여행 후 나타나는 불면증에 대해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방치하는 것은 위험한데 시차가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이면에 우울증이나 기질적 수면질환이 자리 잡고 있다면 문제가 훨씬 심각해지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증상이 반복되거나 장기화된다면 조기에 수면클리닉에 내원해 정밀검사를 받고 근본적인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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