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인터뷰] 손예진 “‘어쩔수가없다’로 배우 인생 두 번째 챕터 시작”

배우 손예진.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민 첫사랑 손예진의 새로운 얼굴이다. 손예진은 박찬욱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추며 그간 보여준 모습과 다른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배우 인생에 새로운 챕터를 열어준 특별한 경험이 됐다.

 

영화는 다 이뤘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유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가족과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 전쟁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7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손예진은 개봉날인 24일 “예매량이 많다고 들어 편안한 마음으로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영화 관계자분들이 봐주셨다면, 이제는 관객의 평가가 나올 테니까 어떤 리뷰가 달릴지 궁금하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손예진은 극중 만수의 아내 이미리 역을 맡았다. 미리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실직에도 흔들리지 않고 격려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려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손예진은 미리를 연기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결을 선보였다. 남편이 회사로부터 장어를 선물받자 푼수처럼 기뻐했지만, 실직하자 상황에 맞춰 하나씩 절약하는 생활형 아내의 면모를 보여줬다. 재취업난 속 선택이 살인이 된 남편의 비밀을 알고도 묵묵히 덮는 장면에선 도덕적 갈등과 복잡한 내면을 절제된 감정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 감정의 과잉 없이 불안, 슬픔, 연민 등이 교차하는 순간을 정교하게 그려내며 여운을 남겼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CJ ENM 제공

박찬욱 감독의 디테일한 디렉션이 있었기에 더 생동감이 살았다. 손예진은 “감독님은 대사 하나하나를 허투루 넘기지 않더라. ‘이 장면에서는 감정이 조금 더 깊어야 한다’, ‘호흡이 너무 빠르다’는 등 디렉션을 대사를 하나하나 짚어서 설명해주셨다”며 “사실 처음엔 당황했다. 가지고 있는 말투와 준비해 간 대사 톤이 있는데, 그와 반대되거나 더 구체적으로 요구를 하셨다. 단어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잡는 게 초반엔 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촬영이 계속되면서 편해졌다. ‘여기서는 좀 더 진절머리 나게 대사를 해봐’, ‘고개를 한번 흔들어봐’ 같은 디렉션이 나중엔 자연스럽게 와 닿더라.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연기가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작품은 가족과 일, 삶과 맞닿은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히 실직이라는 상황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낯설지 않다. 손예진은 배우라는 직업의 불안정성을 언급하며 공감했다. 손예진은 “저희 일이라는 게 정말 조심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불법적으로 잘못을 저지르면 다음 날 바로 실직이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끝까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며 “불안함이 늘 깔려있다”고 씁쓸해했다.

 

또 자신을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이라고 표현하며 영화 복귀에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손예진은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7년의 스크린 공백이 있었고, 그 사이 시장이 달라졌다. 그는 “7년 만이라는 소리에 스스로도 놀랐다. 그 정도로 영화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게 줄었고, OTT 시장이 많이 커졌다. 최근에 찍은 것도, 앞으로 촬영 예정인 것도 모두 OTT 시리즈”라며 “예전만큼 영화를 많이 못 할 것 같다는 불안함이 있다. 현재 영화계의 현실이 참 어둡다”고 안타까워했다.

 

배우 손예진.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복귀 시점에서 육아로 고민했지만 좋은 작품을 만나 결정을 내렸다. 그는 “언제, 어떤 작품으로 복귀할지 생각이 많았다. 한 3년 정도는 육아를 하고 싶었는데, 그 시기보다 앞당겨지긴 했지만 영화에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게 아니라서 육아와 촬영을 잘 병행했다”며 “감독님과 스타트를 끊어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웃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오히려 더 끌어 올랐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고, 배우로서 두 번째 챕터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며 “작품과 캐릭터를 보는 시야도 더 넓어졌고, 스크린에서 다른 동료 배우들의 열연을 보며 자극을 받았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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