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코르티스까지 K-팝 보이그룹의 대들보로 성장한 빅히트 뮤직의 ‘1호 가수’는 따로있다. 여전히 ‘1호 가수’ 타이틀을 이어가고 있는 이현이 13년 만에 새 앨범을 내고 돌아왔다.
지난 16일 발매된 이현의 세 번째 미니앨범 앤드는 사랑과 이별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관계의 시작과 끝에 대한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발음은 비슷하지만 의미는 상반되는 AND와 END를 결합해 관계의 양면성과 감정의 복합성을 전한다.
2012년 1월 발매한 정규1집 더 힐링 에코(The Healing Echo) 이후 약 13년 8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보다. 누구나 겪을 사랑의 감정의 공감을 호소력 있는 가창력으로 버무렸다. 긴 공백의 갈증도 말끔히 해소됐다. 벌써 다음 앨범의 방향성도 정해뒀다.
13년이 넘게 앨범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현조차 기사를 보고 깨달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오랜 시간 컴백을 기다려왔을 팬이다. 24일 이현은 “따로 활동한 것도 아니고 활동이 전무했더라. 미안함을 가지고 열심히 만든 앨범이다. 팬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사랑의 여러 이야기를 담은 앤드다. 사랑이 무엇인지, 요즘 시대의 사랑은 어떤 사치와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했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서도 ‘우주를 돌고 돌아도 결국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새겼다. 끝과 시작이 다르지 않다는 것. 끝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싸이월드를 기억하는 분들은 반갑게 느끼실 수 있다. 요즘 세대가 우리를 이해할 수 있는, 세대를 아우르는 앨범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이쯤에서 널은 지키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 놓아주기로 결심한 순간의 아픔을 담은 곡이다. 애절하면서도 담백한 감정으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사랑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현은 “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거라 생각하고 곁에 있어 주고 싶지만, 내 존재가 부정당할 정도로 힘을 얻지 못하는 상대를 보며 이쯤에서 놓아주는 게 좋겠다고 노래한다”고 소개하며 “잘 살아내겠다 다짐하는 상황들을 표현하다 보니 현실적인 단어를 쓰게 되더라”라고 웃었다.
이쯤에서 널은 중간중간 멜로디가 이탈하는 듯하면서 후렴구의 흔들림을 특징으로 한다. 소위 삑사리처럼 들리는 독특한 구간이다. 이현은 “화자의 감정선이 온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기다림과 헤어짐, 사랑하고도 더 외로워진 화자의 짜증과 미안함, 안타까움 등의 복합적 감정을 흔들림으로 표현했다”며 “삑사리도 아니고 장난처럼 들리지도 않길 바라는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긴 공백기가 있었던 만큼 공들여 작업한 앨범이다. 작업 과정에서 2000년대 초반 알앤비 소울을 재구성한 앨범 테마를 잡았다. 빅히트 뮤직의 대표 프로듀서 피독이 수록곡 작업에 힘을 보냈고, 수록곡 왓츠 온 유어 마인드(What’s On Your Mind)를 가이드하며 확실한 색을 찾았다. 2000년대 팝 시장을 선도했던 니요(Ne-Yo)의 느낌이 밀려왔다. 이현은 “노래가 늘었다. 이번 앨범은 보컬의 강점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루에 한 시간씩, 1년간 발성 연습에 공들였다. “연습을 안 하면 (실력이) 준다. 연습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음역대가 늘었다”며 “예전에 했던 무거운 톤보다 가벼운 음역이 가능해졌다. 다양한 톤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컴백 프로모션을 준비하면서 기존 에이트 곡부터 연습할 게 너무 많았다. 내꺼 중에 최고도 그렇게 많이 불렀던 곡인데 갑자기 하게 되니(힘들더라). 타고난 보컬은 아니라 연습하지 않으면 (가창력이) 줄어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현은 방탄소년단을 후배로 둔 ‘빅히트 1호 가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2007년 혼성그룹 에이트로 데뷔해 2AM 이창민과 듀오 옴므(Homme)로 활동한 후 솔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뛰어난 가창력과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심장이 없어, 밥만 잘 먹더라, 내꺼 중에 최고 등의 숱한 히트곡을 냈다.
쟁쟁한 후배들의 활약에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는 “부담이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신경이 많이 쓰이지도 않는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처음 들어도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내가 하는 음악이 센 발라드는 아니다. 퓨전이 된 것 같다. 내꺼 중에 최고는 록 기반에서 나온 곡이고, 이쯤에서 널에서도 록 베이스가 느껴진다. 록에서 파생된 곡들이 내게 잘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한다”고 짚었다.
공백기 동안 공연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앨범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고, 장르에 맞춰 가을 컴백을 준비했다. 음감회에서 첫 팬송 너에게를 부르자 오랜 팬들은 눈물을 흘렸다. 방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울컥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존재를 확인시키지 못한 가수를 기다려줬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마치 우리 부모님처럼 나를 걱정해주더라. 더 부지런하게 작업해서 좋은 음악으로 자주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긴 겨울잠을 끝내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컴백을 준비하며 음악적 욕심도, 다양한 동기부여도 얻었다. 치열해진 음원 경쟁 속에서 욕심을 낸다면 노래방 차트 상위권을 노리고 있다. “남자분들이 많이 따라불러 주실 것 같다. 어려워야 도전하고 싶으니 반키를 높일까도 생각해봤다”고 웃으며 “다시 데뷔하는 마음이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다양한 음악의 시작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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