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한국 무대가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의 발걸음으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글로벌 명문 악단들이 잇따라 내한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들도 협연 무대에 올라 풍성한 볼거리를 예고한다.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첫 내한 공연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는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NOB)의 첫 내한 공연이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서울 외에도 ▲안동예술의전당(25일) ▲경기아트센터(26일) 등 전국 6개 도시에서 이어진다. NOB는 벨기에 클래식 음악을 상징하는 장소 보자르의 상주 오케스트라이자 세계 3대 콩쿠르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협력 오케스트라로 활동 중이다. 이번 공연에선 2022년 NOB 상임 지휘자에 취임한 안토니 헤르무스가 지휘대에 선다. 한국 공연에서 연주하는 곡은 모차르트의 티토 황제의 자비 서곡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다.
베토벤의 협주곡 5번 황제는 난청 때문에 그가 유일하게 연주하지 못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또 베토벤의 협주곡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함을 자랑하는 곡이다. 지난해 세계 클래식음악 공연장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 협주곡이기도 하다. 19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NOB와 함께 연주해 4위에 오른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34년 만에 협연자로 나선다. 뉴잉글랜드 음악원 러셀 셔먼의 제자였던 백혜선은 199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를 차지한 우리나라 첫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다.
백혜선은 “황제는 음악 애호가들이나 처음 접하는 사람들 모두 사랑하는 곡”이라며 “제가 느끼는 곡의 에너지를 비롯해 우리에게 주는 희망과 위로를 가슴으로 느끼고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그라모폰이 인정한 홍콩필…선우예권 협연

2019년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영국의 권위 있는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에서 올해의 오케스트라로 선정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자리 잡은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다음달 19일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펼친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선우예권이 협연자로 나선다. 한국인 피아니스트 중 최다 국제 콩쿠르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휘는 현재 홍콩필의 상주 지휘자인 리오 쿠오크만이 맡는다. 중국인 지휘자로서는 처음으로 빈 심포니 정기연주회를 지휘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아 온 지휘자다.
세계적 작곡가 진은숙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작곡한 수비토 콘 포르차(Subito con Forza), 홍콩 작곡가 찰스 쾅의 신작,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교향곡 5번으로 프로그램이 꾸려졌다. 한국과 홍콩의 현대 작품과 낭만주의 고전이 어우러진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2025 월드스타시리즈 중 하나이자 홍콩위크 2025 서울의 하이라이트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국제무대의 예술성과 아시아 오케스트라의 저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탈리아·영국 대표 명문 악단 내한

이탈리아 대표 교향악단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는 오는 12월4일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1908년 창단해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이 오케스트라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빌헬름 푸르트뱅글러·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게오르그 솔티·정명훈 등 거장의 지휘봉 아래서 연주해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르디의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 서곡,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라벨의 협주곡은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과의 협연으로 주목받는다.

영국을 대표하는 명문 악단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오는 12월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7년 만에 내한 공연을 펼친다. 1945년 음반 제작자 윌터 레그가 창단한 필하모니아는 명실상부 영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오토 클렘페러·리카르도 무티 등 전설적인 지휘자와 호흡을 맞췄다. 이번 공연은 2021년부터 수석 지휘자로 활동 중인 산투 마티아스 루발리가 처음으로 한국 포디움에 오른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도 협연자로 무대에 참여한다.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전설과 바이올린 협주곡,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런던필→RCO…세계 명문 오케스트라도 韓관객 만난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 14일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대전·부산 등 4차례의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을 만난다. 이번 공연에는 런던 필하모닉의 수석 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가 함께 한다. 국내외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손열음은 이번 공연에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로 꼽히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사할 예정이다.
최정상급 명문 악단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RCO)는 오는 11월5∼9일 클라우스 메켈레 지휘로 내한 공연을 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메켈레는 현재 오슬로 필하모닉과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 오는 2027년부터는 RCO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을 맡을 예정이다.
RCO는 1888년 창단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세계 정상급 악단으로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말러 교향곡 5번 등을 들려줄 계획이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