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올 줄 상상도 못했다”… 뜻밖의 행운 업은 LG, 8순위로 ‘대형 유망주’ 양우진 지명

LG에 지명된 양우진. 사진=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

 

남아있을 거라 생각도 못했던 선수의 이름을 불렀다. 제 발로 넘어온 ‘월척’에 LG가 방긋 미소 짓는다.

 

2026 KBO 신인드래프트가 17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렸다. 이변의 연속이라는 평가다. 최고의 유망주들이 호명되는 1라운드에서 야수가 4명이나 지명됐기 때문. 기존 드래프트에서 매년 확인할 수 있었던 구단들의 투수 선호 기조가 옅어졌다. 톱3로 한정해도 야수가 2명(NC 신재인·한화 오재원)에 이를 정도였다.

 

예상치 못한 변수, 그 속에서 쾌재를 부른 팀이 있다. 바로 1라운드 8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LG다. 타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순번이었기 때문에 지명 플랜을 짜기가 쉽지 않았을 터. 앞선 선택에 따라 시시각각 결정을 바꿔야 하기도 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본 LG에 큰 고민은 필요 없었다. 차명석 LG 단장은 “놀랐다. 오늘 운이 정말 좋다. 이 선수가 우리까지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뜻깊은 하루가 됐다”며 활짝 웃으며 “경기항공고 양우진”을 외쳤다.

 

우완 투수 양우진은 이번 드래프트를 앞두고 일찌감치 투수 최대어로 분류된 자원이다. 최고 시속 153㎞에 이르는 패스트볼을 내세운 파이어볼러로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올해 고교 야구에서는 11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3.19(48이닝 17자책점),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0.94 등을 기록했다.

 

변수가 있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상이다. 최근 오른팔 팔꿈치 피로골절로 인해 18세 이하 야구 월드컵 참가가 불발되는 등 몸 상태에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수술은 피했지만, 당초 전체 1순위 유력 후보 박준현에 이어 2순위 지명이 유력한 걸로 점쳐지던 그의 가치도 일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양우진의 이름은 그렇게 뒤로 밀렸다.

 

양우진.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사진=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

 

지명 후 무대에 오른 양우진은 “빠른 순번에 뽑아주신 LG 차명석 단장님 그리고 스카우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LG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2의 김영우를 꿈꾼다. LG는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0순위 지명권을 사용해 김영우를 뽑았다. 모두의 시선이 고순위 지명자들에 향하는 동안 김영우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뚜껑을 연 결과는 사뭇 달랐다. 김영우는 올 시즌 꾸준히 1군에서 기회를 부여받으며 60경기 3승2패 6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10(55⅔이닝 13자책점)을 남기고 있다. 사실상 LG의 필승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깜짝 활약을 루키 시즌에 수놓는 중이다.

 

LG 구단은 “양우진은 체격 조건이 좋다. 투구 밸런스가 안정적이며 유연성과 탄력성도 좋은 투수”라며 “빠른 직구 스피드를 가졌고, 볼 끝에도 힘이 있다. 높은 릴리스 포인트로 공격적인 투구를 구사한다. 선발과 중간이 모두 가능한 자원”이라며 양우진이 김영우와 마찬가지로 후순위 지명자의 반전을 충분히 일굴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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