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아이돌부터 AI 작곡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영상물 제작까지 AI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현장에서 이미 적극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실험이 쏟아지면서 창작 지형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일자리 감소 등 AI의 그림자도 공존한다. AI가 열어가는 무대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AI가 산업 전반에 빠르게 파고들면서 제작 효율과 창작의 자유는 크게 확대됐다. 작곡·연출·편집·노래 등 기존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은 손쉽게 AI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겸 중원대학교 사회문화대 특임교수는 15일 “콘텐츠 제작은 1차 단계에서 비용 소모가 많다. 기본적인 영상 포맷을 만든다거나 자료 조사 등에서 생성형 AI가 시간과 비용을 많이 줄여준다”고 밝혔다.
특히 중소 기획사나 독립 창작자에게 진입 장벽을 낮춰 콘텐츠 생산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김 평론가는 “자본이 부족한 제작사거나 신인 제작·창작자인 경우에는 투자자를 모을 수 없고 제작 자본이나 여건도 없는데 인공지능이 그 지점을 채워줄 수 있다”며 “AI를 통해서라도 일단 결과물을 만들면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우선 업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짚었다.
그렇지만 창작의 영역에서 AI의 한계도 아직까진 뚜렷하다. 김 평론가는 “AI가 모든 고퀄리티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수준 높은 기획이나 영상 제작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생성형 인공지능은 완벽한 수준이 아니고 기존의 패턴에 머무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AI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패턴을 읽어내는 스타일은 잘 만들어낸다. 그런데 미래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며 “예를 들어 생성형 AI 번역 수준을 보면 한자는 엉망이다. 데이터가 적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많은 언어는 번역을 잘한다. 결국 데이터가 없는 영역은 사람이 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문화예술은 항상 신선하고 새롭고 참신한 콘텐츠를 선보여야 한다. AI가 보편화되면 오히려 변별력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AI에 너무 의존하면 안 되고 결국에는 하나의 툴이기 때문에 그 툴에 너무 함몰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기획사·플랫폼은 AI를 적극 도입해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키우지만 일자리 감소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해 미국의 한 업체가 300명 이상의 엔터테인먼트 업계 리더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향후 3년간 AI가 할리우드에서 2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음향 엔지니어·성우·콘셉트 아티스트 등과 더불어 시각 효과 및 후반 작업 직종이 AI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평론가는 “엄밀히 말하면 젊은 세대일수록 AI 툴을 만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성세대, 엔지니어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단순노무직 같은 영상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서 고차원으로 가기 위한 인력 양성이나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도 그런 측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작업물을 향한 대중의 반감과 흥행 성적표도 넘어야 할 산이다. AI를 활용한 버추얼 아티스트는 어느 정도 팬덤을 확보했지만 다큐멘터리나 영화, 예능 등의 영상물은 아직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 김 평론가는 “거품론이라고 업계에서 말이 나오는 이유는 AI를 통한 시도가 화제는 되지만 과연 생산성에 기여했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중문화예술 장르는 결국 흥행을 해야 한다. 대중이 반감을 가지면 안 된다. K-팝 아이돌이 뮤직비디오를 AI로 만들었는데 팬덤에서 비호감을 갖게 되면 사실 끝나는 것”이라며 “작업물의 흥행성과 팬층, 나아가 대중의 여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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