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반주에 저절로 떼창”…케데헌으로 물든 서울광장

14일 ‘2025 서울 헌터스 페스티벌’ 성료
케데헌 OST와 안무로 글로벌 커버 경연 펼쳐져
내·외국인 10팀의 쟁쟁한 댄스·보컬 대결
포인트 안무 레슨·랜덤 댄스 등 참여형 축제 한마당
1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2025 서울 헌터스 페스티벌’이 열렸다. 1라운드 경연에 나선 멕시코의 ‘매드비트 크루’와 불가리아의 ‘스킬스’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이화연 기자

화창한 주말 오후 서울광장이 ‘혼문’을 닫으러 온 헌터들로 가득 찼다. 국적 불문,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OST를 열창하는 이 곳은 서울시가 개최한 ‘2025 서울 헌터스 페스티벌’ 현장이다.

 

이날 진행을 맡은 딘딘과 조현영은 각각 ‘사자보이즈’ 진우와 ‘헌트릭스’ 조이의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으며, 재치 있는 진행과 함께 내·외국인 총 10팀의 수준급 커버 무대가 펼쳐졌다. 시는 아시아, 북·남미, 유럽 등 대륙별로 고르게 참가팀을 사전 선발했으며, 서울에 오기 어려운 참가자를 위해 온라인 경연을 병행해 글로벌 팬덤의 참여 폭을 넓혔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개회사에서 “서울은 오랜 역사와 전통 위에 첨단 기술과 혁신, 그리고 케이팝의 열정이 어우러진 글로벌 문화 도시”라며 “서울의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오늘 이 축제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다시 서울을 찾고 싶은 이후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경연은 댄스와 보컬 부문으로 나눠 케데헌의 주요 명장면에 삽입된 5곡을 활용한 1대 1 라운드 배틀 형식으로 펼쳐졌다. 참가팀들은 개성 있는 무대 의상과 쇼맨십으로 박수갈채를 자아냈다.

 

1라운드에서 엑소(Exo)의 ‘Love Me Right’ 커버 댄스를 선보인 멕시코의 ‘매드비트 크루’와 불가리아의 ‘스킬스’는 창작 안무를 더해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매드비트 크루는 케이팝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케이팝을 소비하는 입장이지만, 직접 안무를 배우고 무대에 서는 과정에서는 아이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꼽았다. 스킬스 팀은 “케이팝을 접한 이후 여러 동기 부여를 받고, 팀원들과 전문적인 춤을 완성할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2라운드는 멜로망스의 ‘사랑인가봐’를 경연 곡으로 감미로운 보컬 대결이 펼쳐졌다. 유명 가수 ‘그렉’이 온라인으로 참여했고, 여성 2인조 ‘코다브릿지’가 현장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백미는 케데헌의 핵심인 ‘골든(Golden)’이 울려 퍼진 3라운드였다. 최근 유튜브 쇼츠 조회수 900만회를 달성한 한국의 ‘초딩 헌트릭스’와 한국어 번역 버전으로 골든을 열창해 화제를 모은 러시아의 ‘라라 베리토’가 맞붙었다.

 

4라운드는 러시아 ‘루미넌스’ 팀과 스페인 ‘포니 스쿼드 오피셜’이 사전 영상으로 제출한 ‘유어 아이돌(Your Idol)’로 펼쳐졌다. 이들은 도포에 갓을 쓴 사자보이즈의 모습을 그대로 커버해 눈길을 끌었다.

 

수많은 커버 영상을 탄생시킨 사자보이즈의 ‘소다팝(Soda Pop)’ 안무 대결이 5라운드에 펼쳐졌다. 캐나다의 ‘솔라브이’, 인도네시아의 ‘뉴키즈 인베이젼 DC’가 실제 보이그룹을 방불케 하는 쇼맨십으로 환호성을 자아냈다.

 

케이팝 랜덤 플레이 댄스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음악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이화연 기자

무엇보다 이번 행사의 묘미는 케이팝으로 하나 된 관객들이 무대를 만드는 랜덤 플레이댄스 타임이었다.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제니 등이 부른 유명 케이팝 곡의 킬링파트가 무작위로 재생되면, 무대로 뛰어가 춤을 선보였다. 초등학생부터 전문 댄스팀까지 마치 사전에 맞춘 듯 칼군무를 뽐내 감탄을 자아냈다.

 

관객들이 골든 반주에 맞춰 떼창을 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고음에 영어 가사가 많지만, 스크린에 띄워진 가사를 보며 열창하는 초등학생 관객들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그려졌다.

 

무술 감독으로 참여해 한국적인 액션신을 완성한 태권도 선수 태미, 소다팝과 유어 아이돌 안무를 창작한 안무가 하성진 등 케데헌의 주역이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하성진 안무가는 “한국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고, 제가 제작한 소다팝 안무 챌린지를 많이 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태미는 “태권도의 발차기, 옆차기, 돌려차기 등을 활용해 다양하게 구성했다”며 직접 시원하게 시범을 보여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하성진 안무가의 소다팝 포인트 안무레슨 시간에는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관람하던 관객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열공 모드에 들어갔다. 느린 박자에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눈높이 교육을 해 관객들도 곧잘 안무를 따라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태권도 공연팀 K-타이거즈가 케데헌 속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환상적인 피날레 무대를 선보였다. 소다팝과 유어 아이돌, 골든 등 주요 OST를 태권도와 연결시킨 퍼포먼스로 감동을 선사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와 경연 참가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화연 기자

모든 경연 종료 후 심사위원 점수와 현장 반응을 종합해 보컬과 댄스 각 부문에서 1팀씩 우승팀이 가려졌다. 보컬은 3라운드에서 골든을 열창한 초딩 헌트릭스, 댄스는 1라운드에서 엑소의 Love Me Right을 선보인 스킬스에 돌아갔다.



이화연 기자 hy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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