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선발 왕국’으로 불리던 프로야구 두산 마운드가 2025시즌 크게 흔들리고 있다. 9월 들어 6경기째 내리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단 한 번도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13일 기준 시즌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투수도 없다. 현시점 10개 구단 가운데 정규리그 9위 두산과 최하위 키움만이 안고 있는 불명예다.
가장 아쉬운 건 외국인 투수 콜 어빈의 적응 실패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풀타임 선발투수 경력을 갖춘 그는 2021년 10승(15패), 2022년 9승(13패) 성적으로 합류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두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신규 외국인 선수 연봉 총액 상한선(100만달러·약 14억원)을 전액 보장 투자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뚜껑을 열자 다른 모습이 나왔다. 어빈은 이번 시즌 7승10패 평균자책점 4.55에 머무르고 있다. 볼넷은 71개로 이 부문 리그 1위다. 마운드 위 감정기복이 심한 터라 코칭스태프의 신뢰도 잃었다. 내년 시즌 동행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남은 등판에서 뜻밖의 호투를 이어간다 해도 시즌 전체의 부진을 뒤집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국내 선발진도 힘을 보태지 못했다. 지난해 원태인(삼성)과 함께 공동 다승왕(15승)에 올랐던 곽빈도 고개를 떨궜다. 내복사근 부상으로 올 시즌을 늦게 시작, 3승6패 평균자책점 4.48을 쓰는 데 그치고 있다.
특히 8월 이후엔 7경기에 나서 QS 한 차례에 1승4패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계속되는 부진에 볼배합 개선을 주문했을 정도다. 왼손 투수 최승용은 5승5패 평균자책점 4.05를 작성 중이다.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팀의 선발 로테이션 일정도 덩달아 흔들렸다. 그는 지난달 16일 잠실 KIA전 이후 손톱과 허리 부상이 겹쳐 개점휴업 중이다.
그나마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잭 로그가 분투 중이다. 9승8패 평균자책점 3.02 활약은 물론, 161이닝을 던져 팀에서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돌파했다. 현실적으로 남은 시즌 두산에서 10승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로그 한 명뿐이다.
뼈아픈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2010년대를 수놓았던 곰 군단 앞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올 시즌 팀 선발승 리그 9위(28승), 평균자책점 7위(4.26)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외국인 에이스의 부재에 신음했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포스트시즌(PS)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내년을 위한 선발 재편 작업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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