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됐던 국내 공연계가 해외 대작들의 잇따른 내한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뮤지컬과 음악 공연을 아우르는 대형 해외 공연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으며 ‘내한 러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영화팬까지 잡았다…뮤지컬 뮤지컬 위키드
먼저 무대를 올린 것은 위키드다. 2003년 브로드웨이 데뷔 이후 21년째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이 작품은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한국에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국내에서는 2012년 첫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2013~2014년, 2016년, 2021년 한국어 공연을 거쳐 올해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특히 올해 공연은 2012년 이후 12년 만에 해외 오리지널 캐스트가 직접 내한한 특별한 무대로, 엘파바 역의 셰리든 아담스와 글린다 역의 코트니 몬스마가 한국 관객과 만나고 있다.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10월 16일까지 공연된 후 11월 부산 드림씨어터, 내년 1월 대구 계명아트센터로 이어지는 위키드 내한은 지난 6일 누적 840회, 100만 관객 돌파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작품에 대한 관심은 영화로도 이어졌다. 작년 국내 개봉한 영화 버전이 224만 명을 동원하며 맘마미아!에 이어 브로드웨이 원작 영화 중 두 번째 흥행 성과를 올렸다. 올 11월 위키드: 포 굿 개봉을 앞두고 있어 작품을 둘러싼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 같은 성과는 해외 오리지널 캐스트에 대한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한다.

◆프랑스 뮤지컬의 정수…노트르담 드 파리
다음으로 뮤지컬 관람객의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노트르담 드 파리다. 15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콰지모도와 프롤로, 페뷔스 세 인물의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편견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를 무겁고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고전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 3일 막을 올린 이번 공연은 2005년, 단 30회 공연만에 8만 명을 동원하며 세종문화회관 역대 최단기간 최다 관객을 기록했던 내한 공연의 2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다.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며, 10월부터 대구·부산·세종·경주 등 지방 투어를 예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작품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오리지널 초연 멤버인 다니엘 라부아의 마지막 내한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 상징성과 무게감은 그 어느 때보다 깊다.

◆글로벌 톱스타도 온다…뮤즈·오아시스
각양각색 장르의 해외 뮤지션들도 연달아 한국에 상륙한다.
다수의 히트곡과 초현실적인 퍼포먼스로 밴드 팬덤에 짜릿한 전율을 선사해온 영국 밴드 뮤즈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아 단독 내한공연을 연다. 글래스톤베리, 코첼라 등 유수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선정되는 등 압도적인 라이브 실력을 증명해온 뮤즈다. 때문에 오는 27일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 콘서트에 기대가 모인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오아시스도 오는 10월 2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내한공연을 진행한다. 이번 공연은 오아시스의 재결합 이후 첫 월드투어로, 오아시스가 16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국내 팬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다양한 장르의 해외 대작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는 현상에 대해 “코로나19로 억눌렸던 관객들의 문화적 갈증과 맞물려 있다. 해외여행 제약으로 인해 국내에서 세계 수준의 공연을 관람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높은 티켓 가격으로 인한 관객층 양극화와 국내 창작 공연의 상대적 위축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양질의 해외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공연 예술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높아지면서, 궁극적으로는 국내 공연계 생태계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위키드의 성공 이후 다른 공연들의 예매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이 같은 긍정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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