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아의 연예It수다] ‘인방계의 유느’ 대도서관, 그가 남긴 디지털 문화유산

‘클린 방송’으로 불리던 144만 유튜버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의 부고가 전해졌다. 2010년부터 게임 실황을 시작해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하나의 문화로 만든 사람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문화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1인 미디어를 대중화한 상징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현재 수십만 명의 게임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는 생태계의 뿌리에 그가 있다.

 

게임은 혼자 즐기는 것이라는 인식을 함께 보고 웃는 엔터테인먼트로 바꾼 전환점에 대도서관이 있었다. 1세대 인터넷 방송인의 죽음은 6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져나갔다. 전통적인 부고 문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과 커뮤니티 게시판은 순식간에 추모 공간이 됐다. 수많은 댓글이 디지털 조화처럼 쌓여갔다. “욕 없는 클린 방송 감사했습니다”, “제 유년시절의 한 페이지입니다. 편히 쉬세요”라는 메시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광경은 현시대의 집단 애도를 보여준다.

 

더욱 특별한 것은 그가 남긴 영상들이다. 비속어를 쓰지 않고 정제된 표현을 쓰고, 적극적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며 ‘인터넷계의 유재석’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그렇게 수년간 업로드된 수천 개의 콘텐츠는 이제 디지털 유산이 됐다. 알고리즘은 여전히 그의 영상을 추천하고, 팬덤은 추모 영상을 만들고 편집본을 올리며 각자의 방식으로 그를 기억한다. 새로운 추모 문화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 디지털 추모 공간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이 있다. 부고 소식에도 악성 댓글을 멈추지 않았다. 고인에 대한 험담은 물론, 유족을 향한 2차 가해까지 이어졌다. 죽음 앞에서조차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못하는 모습은 우리 온라인 문화의 민낯을 드러냈다.

 

온라인에 숨은 이들은 마치 자신의 행동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 행동한다. 신고 시스템은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고, 실명제 논의는 표현의 자유와 충돌한다. 그 사이에서 상처받는 사람들만 늘어간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도덕성이다. 온라인이라고 해서 현실과 다른 윤리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키보드 너머에도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게도 가족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보 이해 및 표현 능력) 교육과 함께 온라인 윤리 의식도 함께 길러야 할 때다.

 

대도서관이라는 한 사람의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가 만든 ‘클린’ 디지털 문화유산의 가치, 변화하는 애도 방식, 그리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온라인 악플 문제까지. 그를 진정 추모하는 길은 그가 보여준 즐거움과 소통의 정신을 이어받는 것이 아닐까. 자극적인 소재의 크리에이터들이 하나둘 무대에서 사라지면서 생전 그가 구축한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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