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센터 공백에도 박신자컵 최종 4위… KB, 본무대 기대되네

사진=WKBL 제공

 

‘에이스 없는 반쪽짜리 팀’이라는 편견을 깨뜨렸다.

 

국보센터 박지수가 빠진 상황에서도 KB국민은행의 저력이 나왔다. 2025 BNK금융 박신자컵에서 여자프로농구(WKBL) 팀 가운데 유일하게 4강에 오르며 단단한 경쟁력을 증명했다. 이 대회 최종 4위로 마무리, 새 시즌의 확실한 예고편이 됐다. 그 어떤 변수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KB의 존재감은 내로라하는 강호들 사이에서도 뚜렷했다. 이번 박신자컵은 WKBL 6개 구단을 포함해 일본과 스페인, 헝가리 등 해외팀까지 가세하며 총 10개 팀이 참가한 바 있다. 단순 친선대회 성격을 넘어, 국제무대 경쟁력을 가늠하는 무대였다. KB가 ‘한국 구단’으로서 체면을 살렸다. 7일 부산 사직체육관서 카사데몬트 사라고사(스페인) 상대로 이번 대회 3, 4위 결정전을 78-83으로 패했다.

 

전날 6일 같은 곳에서 열린 준결승에선 후지쯔(일본) 상대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맞서 73-78로 석패했다. 상대는 박신자컵 2연패에 도전장을 내민 디펜딩 챔피언이자, 최근 두 시즌 연속 일본 W리그를 제패한 강호다. 분명한 가능성을 남겼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순탄하진 않았다. 유럽 시절부터 이어진 어깨 통증이 지난 7월 아시아컵서 재발한 박지수는 재활에 전념 중이다. 염윤아와 김민정 등 베테랑들도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이윤미(팔꿈치)와 이채은(코뼈)도 빠졌다. 설상가상 나윤정이 발목 통증으로 준결승에 출전하지 못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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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지 않았다. 두 주축 강이슬과 허예은의 번뜩이는 활약이 부상 공백을 메웠기에 가능했다. 강이슬은 지난 4일 조별리그 덴소전에서 38점을 몰아치며 경기의 판도를 지배했다. 특히 종료 직전 터뜨린 위닝 3점슛은 이번 박신자컵 경기들 통틀어 백미였다. 그간 아쉬웠던 슈터 본능을 되찾은 듯한 활약에 새 시즌 기대감도 한층 커졌다.

 

2일 신한은행전에서 스텝백 3점을 성공시키며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허예은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미국프로농구(NBA) 애틀랜타 호크스 간판선수 트레이 영을 연상케 한 장면이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어시스트상을 거머쥔 허예은은 매 시즌 계속해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나가고 있다. 

 

든든한 상수가 있다면 새롭게 피어오를, ‘긍정적인’ 변수도 있기 마련이다. 이번 박신자컵에서 힘을 보탠 아시아쿼터 사카이 사라와 2년 차 신예 송윤하 등이 대표적이다. 앞선과 뒷선에 시너지 효과를 고루 낼 ‘히든카드’들이다. 사라는 165㎝의 단신이지만, 왕성한 활동량과 스피드를 자랑한다. W리그에서만 10년 넘게 뛴 베테랑답게 경기 리딩 능력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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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첫선을 보인 박신자컵서 6경기 동안 총 192분가량을 소화한 가운데 평균 5.7점 4.2리바운드 4.7어시스트 1.8스틸 등을 작성했다. 허예은과 함께 올 시즌 KB 앞선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송윤하도 반짝였다. 179㎝ 신장에 파워도 있는 선수다. 중거리슛 능력도 있어 박지수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자원이다. 이번 대회에선 6경기 모두 출전, 평균 7.8점을 기록했다. 

 

박지수가 복귀한 KB는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다. KB의 두 차례(2018∼2019, 2021∼2022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뒤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시동을 건다. “9월 말 일본 전지훈련서 연습경기를 소화하는 게 목표”라는 박지수를 비롯, 건강하게 돌아올 선수들을 고려하면 더욱 강해질 일만 남았다.

 

김완수 KB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무리하며 당시 힘찬 목소리로 “팀이 많이 발전했다. 박지수가 돌아오면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박신자컵을 통해 빈말이 결코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다가올 정규리그, KB가 만들어낼 새로운 서사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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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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