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 ‘소금빵 990원’…논란의 본질은 가격이 아니다

‘소금빵 990원.’

 

소비자는 환호하지만 일부에서 이를 “서민 물가를 어지럽히는 지나친 저가 전략”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다소 과장된 반응 아닐까. 전략이 문제인가?

 

우리가 진짜 짚어야 할 건 소금빵 자체가 아니라 왜 한국에서 빵값 얘기가 나오면 ‘비싸다 vs 자영업자 힘들다’ 논쟁이 반복되는가이다.

 

프랑스 파리 사례를 보면 감이 잡힌다. 파리 빵집에서 정식 바게트(baguette tradition)는 평균 1.10유로(약 1540원·2025년 환율 1유로=1400원 기준), 최저 0.85유로(약 1190원), 최고 2유로(약 2800원) 수준이다. 크루아상도 평균 1.22유로(약 1708원), 가장 비싼 건 1.90유로(약 2660원·유명 제과점 기준), 가장 저렴한 건 0.90유로(약 1260원) 정도다. 즉 1유로(약 1400원) 내외면 파리에서도 일상적인 빵값인 셈이다.

 

프랑스 전체 평균으로 보면 일반 바게트는 약 0.90유로(약 1260원), 전통 바게트는 약 1.20유로(약 1680원)다. 한국에서 동네 빵집이 소금빵을 2500~3500원에 팔 때 “프랑스도 이 정도 받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한국 빵값이 파리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프랑스에서도 바게트가 2유로(약 2800원)를 넘으면 비싸다는 인식이 있을 정도다. 한편 프랑스 할인 체인(예: Lidl)에서는 공장 생산 바게트를 0.29유로(약 406원)에 판매해 전통 제빵업계가 “문화 유산을 위협한다”고 반발한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빵값 논란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서울의 빵 한 개 가격은 파리 평균보다 높은데, 원재료 값(밀가루·설탕·버터)은 국제 시장 기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한국과 프랑스 모두 비슷한 원가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한국 빵값이 높은 이유는 높은 임대료(서울 평균 35만원/㎡ vs 파리 23만원/㎡), 인건비(2025년 최저임금 약 1만30원/시간), 그리고 치열한 프랜차이즈 경쟁 등 구조적 압박 때문이다. 

 

소비자는 싸고 맛있는 빵을 원하면서도 동네 빵집을 지키고 싶어 한다. 이 상충되는 욕구가 논란의 뿌리다.

 

결국 소금빵은 죄가 없다. 990원 소금빵이 동네 빵집을 위협한다는 시각은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격의 소금빵을 원한다. 그게 자본주의다. 진짜 화살을 돌려야 할 대상은 저가 빵 자체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시장 구조대형 프랜차이즈의 시장 지배, 높은 고정비와 소비 습관인 가격 우선 선호, 그리고 자영업자를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의 부재다.

 

990원 소금빵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마케팅 전략이자 소비자의 선택일 뿐이다. 그 빵이 무슨 ‘범죄’도, ‘적’도 아니다. 사회가 가진 구조적 모순이 ‘죄’라면 모를까. 괜히 990원 소금빵에 화풀이하지 말자. 우리가 짚어야 할 건 바로 그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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