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경기까지 뛰고 싶습니다!”
삭신이 쑤시는 불혹의 나이, 팀 훈련보다 더 많은 시간을 컨디셔닝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도 농구화 끈을 조인다. 전성기 때의 몸은 아니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은 더 뜨거워졌다. 프로 데뷔 16년차, 한국프로농구 역사상 유일무이한 3개 구단 챔피언결정전(챔프전) 우승 트로피, 그리고 39세의 나이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등극, 바로 LG의 허일영이다. 지난달 초 팀 훈련에 합류해 새 시즌 개막 준비에 여념이 없는 허일영은 “운동 다음 날엔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다. 올해는 더 심한 것 같다. 운동이 너무 무섭다”로 토로하면서도 “한두 경기 더 뛰고 은퇴하는 것도 웃기지 않나. (선수로서)가치가 있어야 한다. 변함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지난 시즌 우승팀 LG는 최근 대학들과 연습경기를 치르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허일영 역시 연습경기에 출전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곤 있지만, 젊은 선수 수비는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허일영은 1985년생, 올해 대학 신입생은 2006년생이다. 나이 차가 ‘20’이 넘어간다. 그는 “내가 05학번인데···. 요즘 선수들이 다 정말 빠르다. 따라가는 게 너무 힘들다. 3∼4년 만이라도 젊었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이내 “어린 선수들 역시 아직은 나를 잘 막지 못해서 괜찮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리그 전체 둘째 형이다. 함지훈(1984년생)의 뒤를 잇는다. 야속한 세월을 피할 순 없으나, 눈빛은 여전히 반짝인다. 그의 목표는 ‘700경기’ 출전이다. 남자프로농구(KBL)서 700경기를 넘어선 선수는 주희정(1029경기), 함지훈(805경기), 김주성(742경기), 추승균(738경기), 오용준(737경기), 이현민(702경기) 등 6명뿐이다. 이정현(DB·690경기)이 7호에 도전하고 있다.
허일영은 현재 643경기로 13위다. 새 시즌 전 경기를 소화하면 8위 서장훈(688경기)을 넘어선다. 다만 700경기는 도달하지 못한다. 697경기로, 3경기가 모자라다. 즉 다음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한 번 더 맺고 경기에 나서야 이룰 수 있는 꿈이다. 허일영이 은퇴 얘기에 “앞으로 최대 2년이지 않을까”라고 외친 배경이다.
출전 경기 수만 채울 생각은 없다. 자신의 필요성과 가치를 다시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허일영은 “어차피 내가 소화해야 할 역할은 정해져 있다. 부상도 별 탈도 없는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올 시즌 목표 역시 팀 우승이다. 지난 시즌 LG의 창단 첫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다. 최고령 MVP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허일영은 “2연패가 쉽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다”며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LG는 다음이 더 기대된다. 창창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고, 감독님도 좋은 문화를 만들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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