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는 사이버불링의 최전선이다. 매년 수십명의 스타들이 악플러들을 고소했지만 실형 선고는 극히 드물다. 결과는 대부분 벌금형이나 기소유예에 그쳤다. 이는 피해자의 고통은 크지만 가해자 처벌은 약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예인들은 생계와 직결된 이미지 관리를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서지만 실질적인 억제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연예계의 반복되는 고소·고발 사례는 현행법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법적 근거는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대한민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 유포시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정 처벌 수위만 보면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실제 판례는 다르다. 실제 유명 연예인들이 고소를 통해 피해를 제기한 사례는 수백 건에 이르지만, 실형이 내려진 사례는 매우 희박하다. 대부분 벌금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소속 아티스트들이 SNS 활동을 아예 중단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신고되지 않는 사건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최근 소속사들이 악플러들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많은 연예인들이 ‘논란이 될까봐’,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까봐’ 법적 대응을 포기한다.
◆입법 시도, 여전히 공회전
20대 국회에서는 악플 방지법이 두 차례 발의됐지만 논의 없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선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을,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악플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으나 후속 논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 입법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부의 소극적 태도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해외는 이미 총력 대응 중
해외 선진국들은 사이버불링을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2017년 네트워크집행법(NetzDG)을 제정해 SNS 플랫폼에 혐오 표현 삭제 의무를 부과했다. 사이버불링시 최대 징역 5년, 벌금 최대 5만 유로(약 8100만원)를 선고할 수 있으며, 플랫폼이 24시간 내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 유로(약 815억원)의 과징금을 물린다.
영국은 예방 중심 접근을 택했다. 교육부가 모든 학교에 사이버불링 대응 매뉴얼을 의무화했고, 경찰 사이버범죄팀이 전담 수사를 담당한다. 2003년 통신법에 따라 악의적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최대 6개월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일본은 피해자 보호에 중점을 뒀다. 프로바이더 책임제한법을 통해 SNS 운영자에게 가해자 정보 공개 의무를 부과하고, 2022년 형법 개정으로 모욕죄 공소시효를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학교는 사이버불링 신고 시 48시간 내 대응해야 한다.
미국은 주별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사이버불링으로 인한 자살시 가해자에게 과실치사를 적용할 수 있고, 뉴욕주는 학교 내 사이버불링 방지 프로그램을 의무 운영한다. 연방 차원에서는 FBI 산하 사이버범죄 전담팀이 심각한 사건을 직접 수사한다.
해외 사례들의 공통점은 예방·대응·사후관리의 3단계 통합 접근이다. 단순한 처벌 강화보다는 플랫폼 책임 강화, 교육을 통한 예방, 피해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개별 피해자의 고소에 의존하는 수동적 대응에 머물러 있다. 사이버불링의 위험성에 비해 사회적 대응은 2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해외 선진 사례를 적극 도입해야 할 때다.
◆기술적 해결책도 주목받아
최근 AI 기술을 활용한 악성댓글 차단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는 2020년부터 AI 클린봇을 도입해 욕설, 비하, 혐오 등 부적절한 표현을 탐지·차단하고 있으며, 유튜브도 자동 필터링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은어나 신조어를 활용한 우회 표현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일부 기획사들은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24시간 악성댓글을 추적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광야119 사이트의 아티스트 명예훼손 신고 카테고리 내 게시판을 통해 소속 아티스트들의 권리 침해 행위와 관련한 신고를 적극적으로 접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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