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흉기 사이버불링] “인격살인 넘어 인생 망가뜨려”…공개 대응 어려운 연예계 '표적'

서유리·고준희 등 수년간 온라인 괴롭힘 당해
직업 특성상 신속한 대처 어려워
해명에도 연예계 활동 큰 타격
대중의 관심과 노출 빈도가 높은 직업적 특성상 연예계에선 사이버불링으로 인한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지속적인 온라인 폭력은 스타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기는 동시에 연예계 활동에 타격을 주기도 한다. 스타들은 법적 대응은 물론 예술적 표현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이버불링에 맞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유튜브 예능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해 심정을 토로한 배우 고준희.

 

불특정 다수의 관심과 평가 속에 살아가는 연예계는 사이버불링의 직격탄을 맞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단순한 온라인 괴롭힘을 넘어 한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사이버불링 탓에 수많은 스타가 직접 고통을 호소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유리·고준희, 수년간 인내한 온라인 괴롭힘

 

서유리 SNS

 

방송인 겸 성우 서유리는 최근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년간 이어져 온 사이버불링을 폭로했다. 서유리는 “악성 유저는 수천 건에 달하는 모욕적인 내용의 허위사실 유포 및 성희롱 등의 게시글을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게재해 왔다. 그 행위는 오늘까지도 진행 중”이라고 고백했다.

 

해당 유저에게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오히려 악플 수위는 점점 높아졌고 결국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서유리가 공개한 수사 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악플러는 스토킹처벌법·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유리는 “익명성에 숨어 자신의 내적 갈등이나 결핍을 외부로 투사해 본인이 느끼는 결핍을 해소하려 했던 당신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니 온라인상에서 그런 거동으로 살아가고 있겠다. 논리적인 사고와 정확한 언어를 가지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저급한 언어를 가지고 상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당신은 정신적으로 병든 사람이다. 매우 비정상적이고 매우 멍청한 사람”이라고 수년간 묵혀온 감정을 표현했다.

 

서유리는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사이버불링 피해를 겪었지만 이혼 등 가정사와 생활고까지 겹쳐 적극적인 대처를 할 수 없었다. 대출금을 상환하고 새 인연을 만난 뒤에야 자신을 괴롭힌 악성 댓글에 칼을 빼들었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대중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직업적 특성상 사이버불링을 당해도 신속하고 공개적인 대처를 하기 어렵다. 강경하게 대응할수록 더 큰 논란이나 악플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고준희. 사진=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


실제로 고준희는 수년간 버닝썬 여배우라는 악성 루머와 사이버불링에 속앓이했다. 그룹 빅뱅 출신 승리와 클럽 버닝썬에 연루됐다며 ‘승리 단톡방 여배우’, ‘버닝썬 여배우’ 등의 수식어가 줄곧 따라다녔다. 

 

해명을 해왔지만 고준희는 캐스팅이 결정된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등 연예계 활동에 큰 타격을 받았다. 결국 고준희는 악성 루머를 유포한 악플러 32명을 고소했고 2명을 제외한(2명은 소재 불명으로 기소중지) 전원이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당시 고준희 측은 “유명인을 향한 의미없는 말 한마디라고 잘못했다는 반성문을 수없이 받았다”며 “그 의미 없는 말 한마디가 인격살인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례를 수없이 접해온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악플은 그게 무엇이든 사람을 무참하게 말살시키는 무서운 범죄임에도 처벌이 경미해 그간 많은 연예인이 고소를 꺼려온 건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해도 고준희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몇 년간 아니라고 얘기했는데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것만 편집돼서 나가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더불어 “내가 아니니까 금방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5~6년이 이렇게 금방 흐를 줄 몰랐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게시판 보지 말길”…예술 승화 노력도

 

연예인이 사이버불링에 대처하는 방식은 법적 조치 등 각양각색이다. 배우 배종옥은 “악플 때문에 많은 연예인이 고통받는다. 나는 굳이 보지 않는다”면서 “인간은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게시판도 보지 말아라”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안 봐도 기사를 통해, 매니저를 통해 어쩔 수 없이 나에 대한 반감에 대해 알게 된다. 젊은 친구들은 그걸 보는데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넷에 자신과 관련된 글을 보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악성 댓글을 되도록 보지 말고 자기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라는 조언이다.

 

가수 겸 화가 솔비. (사진=지안캐슬 제공)

 

가수 겸 미술가 솔비는 자신이 겪은 사이버불링 피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지난해 한 전시에서 솔비는 SNS로 인한 동시대적 혼란과 사이버불링의 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다뤘다. 솔비는 “2006년 데뷔했을 당시 포털사이트가 생기기 시작했다. 댓글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그 중심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다 보니 사이버불링의 실제 피해자가 됐다”며 “극복하려 미술을 시작했고 치유되기도 했다. 피해자였지만 메시지를 내고, 치유와 위로를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솔비는 국회 내 사이버불링 관련 좌담회 및 토론회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국회에서 ‘스톱! 사이버불링’ 특별전까지 개최했다. 사이버불링으로 인한 피해를 예술로 표현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국민적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