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하던 승리다.
보라색 응원봉을 든 FC안양 팬들의 터질듯한 목소리가 선수단에게 전달됐다. 안양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FC서울전 첫 승을 거뒀다. 올 시즌 세 번째 맞대결만이다.
안양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역사적인 첫 승이다. 안양과 서울은 K리그 최대 라이벌이다. 두 팀은 안양
이라는 연고지로 얽혀 있다. 안양을 연고로 한 LG 치타스(서울의 전신)가 2004년 2월 서울로 갑작스럽게 서울로 연고지를 옮겼다. 하루아침에 팀을 잃은 안양팬들은 하나로 뭉쳐 2013년 시민구단인 FC안양을 탄생시켰다.
그 동안 안양이 K리그2에 머물다 올 시즌부터 K리그1으로 승격하면서 두 팀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하지만 안양의 첫 승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난 두 번의 맞대결에서 1무1패에 머물렀다.


이날 세 번째 맞대결을 앞두고 유병훈 감독은 철저하게 준비했다. 지난 24일 대전하나시티즌전을 마친 뒤 하루만 휴식하고 훈련에 돌입했다. 선수단에게는 “선수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가지라”고 강도 높게 승리를 주문했다.
결국은 통했다. 안양은 이날 전반 3분 만에 토마스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앞서 나갔다. 마테우스가 터닝하며 찔러준 공을 토마스가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뚫었다. 수비수가 안양 공격수 김운에게 몰려 있는 사이 빈 공간으로 치고 들어간 토마스의 시야가 좋았다.
기세를 탄 안양은 마테우스와 유키치 등을 앞세워 서울을 압박했다. 전반 33분에는 하프라인부터 질주한 유키치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서울 골키퍼 최철원의 선방에 막혔다.
이에 맞서 서울은 전반 35분 이승모, 43분 둑스의 슈팅이 연달아 나왔지만 안양의 골망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양에게도 고비가 있었다. 후반 시작 2분 만에 권경원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한 것. 전반 2분 김진수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조영욱이 옆으로 밀었는데 권경원의 몸을 맞고 들어갔다.
하지만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유 감독은 전반 21분 모따와 문성우를 교체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결국 이 승부수가 통했다. 전반 33분 마테우스가 왼쪽으로 찔러준 패스를 야고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최철원의 손을 맞고 튀어나온 공을 침착하게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결국 이 득점이 결승골이 됐다.
모따는 안양의 영웅이 됐다. 2023년 천안시티FC에서 K리그에 데뷔한 모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안양 유니폼을 입었다. 팀에서 최다 득점으로 에이스 역할을 하는 그는 안양의 역사적인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승리로 안양은 승점 33(10승3무15패)로 9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아울러 올 시즌 처음으로 연승에도 성공했다. 반면 갈길 바쁜 서울은 승점 40(10승10무8패)으로 5위를 유지했다. 4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44)와는 승점 4차다.
안양의 승리가 확정되자 벤치에 있던 유 감독과 선수단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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