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입·손에 발진 생기고 열난다면 ‘수족구병’ 의심

6세 이하 어린 소아에게 자주 발생
손·발·입안 수포성 발진이 대표적
백신·치료제 없어 예방 수칙이 중요

평소 활발하던 아이가 갑자기 기운이 없고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뒤 저녁부터 잘 먹지 못한다. 여기에 손, 발, 입 주변에 발진이 눈에 띈다면 아이가 수족구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 처서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덥고 습한 여름철, 0~6세 영유아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는 질환이 수족구병이다.

수족구병은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감염질환이다. 주로 6세 이하의 어린 소아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뿐만 아니라, 문화센터, 키즈카페 등 여러 명의 아이들과 접촉이 잦은 환경에서 유행하는 특성을 보인다. 유행기에 손과 발, 입 등에 수포 형태로 된 전형적인 발진이 관찰되면 수족구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손발에 퍼지는 붉은 반점

수족구병은 일반적으로 사람 간의 접촉에 의해 전파된다. 주요 감염경로는 손 또는 감염된 사람의 코와 목, 입을 통해 나오는 호흡기 분비물이다. 여기에 직접 닿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건의 표면을 접촉할 때 감염될 수 있다.

증상으로는 이름처럼 손과 발 그리고 입에 붉은 반점이나 생기는 수포성 발진이 대표적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3~5일 정도의 잠복기가 지나면 입 주변과 손과 발, 엉덩이 등에 3~7㎜ 크기의 붉은 수포성 발진이 보인다. 대부분 7~10일 후 회복된다.

윤지현 건국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포가 입 안에 생길 경우 아이가 음식물 섭취를 어려워할 수 있다”며 “외부로 보이는 수포가 없더라도 아이가 밥 먹기를 어려워한다면 입안을 한번 확인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발열, 인후통, 침 흘림, 식욕부진 및 피로감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식욕부진이 심하면 탈수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아이의 소변 횟수가 급격히 줄지 않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족구병은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입안에 궤양이나 구내염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에는 뇌염, 뇌척수염과 같은 신경계 합병증이 동반될 수도 있다. 이밖에 심근염 폐부종과 같은 심폐기관에서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구토나 심한 두통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을 찾아 합병증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증상완화에 초점... 아스피린 복용은 금물

수족구병에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겉으로 나타난 병의 증상에 대응하는 대증치료로 증상을 완화한다. 윤 교수는 “열이 날 경우 해열제로 열을 식히고 통증이 동반된다면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며 “해열제와 진통제, 충분한 수분 섭취 등으로 관리를 잘 하면 대부분 자연히 회복된다. 물집 역시 1주일 내외로 사라진다”고 조언했다.

다만 아스피린 계열의 진통제는 투여하지 말아야 한다. 윤 교수는 “아스피린을 아이가 복용할 경우 뇌압 상승과 간 기능 장애 때문에 갑자기 심한 구토와 혼수 상태에 빠지는 라이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안의 물집으로 먹는 양이 줄어 지치고 탈수 증상이 날 수도 있어 충분한 수분 섭취도 필수다. 윤 교수는 “탈수로 인해 소변량과 횟수가 감소하고 입술과 혀가 마른다면 병원에서 수액을 맞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손톱 빠져도 놀라지 않기

수족구병이 호전된 후 드물게 손발톱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 윤지현 교수는 “이러한 증상은 수족구병의 후유증으로 다른 질환은 아닌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시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손발톱이 자라게 된다”고 말했다.

수족구병으로 흉터가 남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도 물집을 긁거나 하지 않게 신경 쓰는 게 좋다. 아이가 음식 섭취를 힘들어할 수 있으니 먹기 부드러운 음식을 주도록 하고 아이스크림 등 아이가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못 먹는 것보다는 먹게 해 주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조혜경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화의료원 제공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조혜경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족구병은 백신과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예방수칙을 준수해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엔테로바이러스는 대변을 통해 배출되므로 아이의 기저귀를 갈거나 화장실을 이용한 후에는 반드시 흐르는 물에 비누를 이용하거나 알코올 손소독제를 이용해 손을 씻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아이들이 직접 접촉하는 공용 장난감, 놀이기구 등의 물품은 자주 세척하면 수족구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어른도 방심하지 말아야

어른들도 수족구병에 걸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감염되는 경우 증상은 소아보다 경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성인 역시 입과 손발에 물집이 생기고 고열과 피로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성인은 물집에서 통증을 강하게 느끼기도 한다.

윤 교수는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나 고령자는 증상이 심하거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가족 중에 수족구병 환자가 있다면 최대한 접촉을 피하는 편이 좋다”고 전했다. 건강한 상태의 성인은 1~2주 정도 지나면 증상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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