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으면서 그 여파가 국내는 물론, 국내 산업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3월 공개한 ‘2024 세계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약 1.55도 상승했으며 이는 175년간의 지구 평균기온 관측 기록 가운데 최고치다.
보고서가 소개한 주요 지표에 따르면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최고치에 달해 지난 80만 년 중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또 바닷속 열에너지 총량을 지칭하는 해양 열량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까지 북극 해빙 면적 역시 18년간 역대 최저치 기록을 매년 새로 썼으며 남극 해빙도 3년간 최저 기록을 경신해왔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른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2도 밑으로 유지해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으나, 제한선이 깨지고 만 셈이다.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장기적인 온난화 억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진 건 아니다”며 “이런 현상은 지구에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경고로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23년 여름 전국 평균 강수량은 648.7㎜로 1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서울의 열대야(최저기온 25도 이상) 일수가 24.5일, 폭염 일수가 30.1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상학계는 “폭염·집중호우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하고 있다.
올해 여름은 유독 심하다. 7월 전국 평균 기온은 27.1도로 1973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서울은 22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했다. 올 여름 밤 최저기온은 29도를 웃돌며 1908년 기상 관측 이래 최장 기간 무더위가 이어졌다. 집중호우 피해도 만만치 않다. 경기 가평·충남 산청 등지에는 최대 800㎜ 폭우가 쏟아지며 19명이 숨지고 1만3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기후 충격은 산업현장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전 세계 농산물 주요 산지에서는 기후위기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글로벌 식품업계와 식량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폭염과 폭우로 인한 각종 재해와 에너지 비용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주요산업국가 기업들의 탄소 배출 감축이 시급해졌다. 이런 가운데 배터리 업계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으며 폭염과 폭우를 대비하기 위한 신상품으로 산업 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상기후에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속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 산업계 전문가는 “기후위기는 이미 산업의 성패를 갈라놓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구조적 전환에 나서지 않는다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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