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임수정, ‘파인’서 가장 빛난 신의 한수

디즈니+ '파인: 촌뜨기들' 양정숙 역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인물, 가장 큰 매력"
"흑화 연기 때 새로운 얼굴 나와, 너무 재밌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우 임수정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을 빛낸 최고의 한 수로 꼽힌다. 오관석(류승룡), 오희동(양세종)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흘러가는 만큼 이들에 비해 등장 분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은 작품을 논할 때 한결같이 임수정의 이름을 제일 먼저 언급한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활약이 그만큼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종영한 ‘파인: 촌뜨기들’에서 임수정은 흥백산업의 안주인이자 천회장(장광)의 부인으로 치밀한 계산과 강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 지능적이고 야망 넘치는 여성 양정숙을 연기했다. 임수정이 그려낸 양정숙은 절제된 우아함 속에 감춰둔 야망을 서서히 드러내며 등장할 때마다 임팩트 있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임수정은 1970년대 레트로 스타일의 단정하고 우아한 외모와 고상한 말투로 팜므파탈적 카리스마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차분하고 섬세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이 첫 악역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작품 종영 후 임수정은 “양정숙은 자기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만 움직인다. 지금까지 제가 맡았던 캐릭터들에서는 아예 보여지지 않았던 모습이다. 그전에는 상대 캐릭터를 배려하거나 포용하면서 상황을 해결하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면 양정숙의 가장 큰 매력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온 인물이라고 느껴져서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양정숙에 매료돼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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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이라는 호칭처럼 양정숙은 시종일관 우아하고 세련됐지만 점차 궁지에 몰리며 거친 언행과 분노를 폭발한다. 임수정은 복잡한 내면의 캐릭터를 여러 감정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했다.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무너지는 양정숙의 극적인 변화는 임수정의 연기 내공이 아니었다면 결코 설득력 있게 그려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시청자의 평가다.


임수정은 “사실 작품의 중심 서사는 오관석과 오희동 일행의 도자기 도굴이었다. 양정숙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신이 많지는 않았다”며 “그래서 한 장면마다 양정숙의 모든 것을 다 담았어야 했다. 꼭 전달해야 하는 정보나 캐릭터의 감정 서사 등 포인트를 줘야 할 곳에 집중했고 많은 것을 고민하면서 매 장면을 준비했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 모든 과정을 준비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흑화하는 모습도 현장에 와서 연기하다 보면 몰입이 돼서 저도 봤을 때 새로운 얼굴이 나왔다. 얼굴의 모든 근육을 다 써서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하는 표정이나 말투, 감정 상태 등이 나오는데 저 스스로도 연기적으로 확장이 된 것 같아서 재밌고 즐거웠다”고 미소 지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양정숙은 분명 선한 인물은 아니지만 작품을 보다 보면 왠지 모를 짠함을 유발한다. 임수정이 그린 양정숙은 욕망 가득한 악역이면서도 인간적으로 빈틈이 있고 미숙한 면모를 가진 인물이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천회장과는 애초에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었고, 전 남편인 임전출은 죽은 줄 알았던 시기에 이미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있었다. 오희동에게 처음으로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지만 오희동은 감정에 휩쓸려 육체적인 관계를 가진 뒤 양정숙을 이성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양정숙은 오희동의 아이를 임신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끝에 가서는 결국 유산하고 만다.

 

 

임수정은 “인물이 입체감을 감독님이 잘 만들어 준 것 같다. 원작에서는 악독하기 그지없어서 엔딩을 봐도 캐릭터에 공감이 가진 않았다. 감독님은 실사화하는 과정에서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고 원작 속 캐릭터와 달랐던 지점을 밝혔다. 이어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줄 알았던 양정숙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 배신 당한다. 그런 빈틈이 좀 짠하다. 그래서 양정숙이 대중에게 호기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저도 양정숙에게 짠한 면이 있더라”라고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양정숙의 최후는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천회장과 경찰의 추적을 피해 낡은 여인숙으로 숨은 양정숙은 자신을 죽이러 온 암살자와 마주한다. 죽음을 코앞에 둔 상황으로 묘사되지만 강한 생존 본능을 갖고 있는 캐릭터인 만큼 생각도 못 할 방법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임수정은 “현장에서도 감독님이 모호한 상태의 끝맺음으로 디렉팅을 주셨다.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윤태호 작가님이 디즈니+ 측과도 엔딩에 대해서 많은 논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과정을 통해서 지금의 엔딩이 나온 건데 열린 결말이라는 의도를 갖고 만드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시즌 2가 나온다면 양정숙이 다시 등장할지 여부는 지금으로선 모르겠다”면서도 “다만 양정숙의 생존 여부와 상관없이 시즌2가 나온다는 건 이 작품이 잘 됐고 뒷이야기가 궁금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는 것이니까 저는 굉장히 기쁠 것 같다”고 속편 제작을 희망했다. 

 

끝으로 임수정은 “늘 연기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렸던 것 같다”고 돌아본 뒤 “앞으로도 깊이 있는 로맨스로 사랑을 주고받는 장르도 여전히 하고 싶다. 연기적으로 확장을 한 번 하고 나서 다시 줄이는 건 어렵지 않다.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이번에 맞이할 수 있어서 배우로서 굉장히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이번 작품에 뜻깊은 마음을 표현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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