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타] “반려견 만두가 좀비 연기 레퍼런스” 최유리, ‘좀비딸’ 비하인드 풀었다

연기란 무엇일까. 17살 최유리는 이 질문에 “동화(同化)”라고 답했다. 캐릭터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순간의 짜릿함,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연기의 매력이란다. 질문 하나도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진정성과 스타성이 공존하는 매력의 배우다.

 

최유리는 영화 좀비딸(필감성 감독)에서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로 운명이 바뀌어버린 수아(최유리) 역을 맡았다. 기존 좀비물이 그려온 공포와 혐오의 존재와는 전혀 다른 결의 좀비를 만들어냈다. 첫눈에는 섬뜩하지만 자세히 보면 애잔하고, 때로는 야생의 사나움을 드러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순수함이 더욱 간절하게 다가온다. 후반부 말 한마디 없이도 아빠 정환(조정석)을 향한 그리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수아의 모습은 좀비라는 존재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뒤엎게 한다.

 

20일 최유리는 “동명의 원작 웹툰이 연재될 때부터 팬이었다. 운명적으로 저에게 이 작품이, 심지어 수아로 기회가 와서 영광스럽다”며 “최근에 어머니와 함께 앉아 관람평을 쭉 봤다. 대부분 영화를 재밌게 봤다고 하시더라. 정말 뿌듯했다. 가끔 저에 대한 칭찬을 해주시는 글도 기억에 남는다”라며 웃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는 전일 5만3954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463만6684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개봉날부터 흥행 신호탄이 제대로 터졌다. 43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방문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고 오프닝을 기록한 것. 역대 한국 코미디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다. 

 

이에 앞서 박스오피스 예매율 1위 소식도 들려왔다. 최유리는 “무대 인사를 하러 가기 위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 들었다. 모든 스태프가 기뻐했고,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모두 1위 이야기만 했다. 저는 개봉도 실감이 나지 않았기에 더욱 감사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평생 기억에 남을 성취다.

 

수아는 특별하다. 좀비라는 특성상 극 초반을 제외하고 대사가 많지 않다. 하지만 관객은 감정을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다. 무인도에서 아빠 정환과 함께하는 훈련 장면, 놀이공원에서 “추로스”라고 첫 말을 내뱉는 순간까지 최유리는 수아를 통해 대사보다 강력한 표현력을 보여준다. 최유리는 “자연스럽게 참고한 게 반려동물이다. 말을 못하지만 충분히 감정상태를 전달하지 않나. 대사 없이 분위기와 표정으로 전할 수 있겠다 싶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연기를 하는 즐거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키우는 11살 반려견 만두가 큰 도움이 됐다. 강아지의 으르렁거리는 소리, 눈치 보는 모습, 등을 돌리고 슬금슬금 보는 행동까지 모든 것이 수아를 만드는 레퍼런스가 됐다. 최유리는 “우리 강아지가 정말 똑똑하다”면서 “언니가 두 명 있는데 언니들 말도 잘 듣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데 제 말은 안 듣는다. 저를 자기 아래 서열로 보는 것 같다”며 휴대전화 속 강아지 사진을 보여준다.

 

수아로 완벽 변신하기 위해 프리 프로덕션부터 촬영까지 300일에 달하는 기간 동안 고난도의 특수분장을 진행했다. 매일 2시간씩 소요해 완성된 분장은 극의 흐름과 캐릭터의 감정 변화에 따라 총 4단계로 나누어 적용해 디테일을 더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몰입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묵묵히 견디며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제작진의 감탄을 자아내며 “좀비딸 현장에서 가장 어른은 최유리다”라는 칭찬을 받았다.

 

연기에 대한 철학도 명확하다. “저는 연기라는 게 하나의 캐릭터와 동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제가 워낙 새로운 도전이나 시도를 좋아한다. 연기는 이것을 한없이 경험할 수 있다. 새로운 캐릭터와 현장에서 배우는 것들에서 성취감을 얻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수아를 연기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말 없는 좀비 소녀가 되어보면서, 최유리는 자신만의 새로운 연기 색깔을 발견했다. 반려동물에게서 영감을 얻고, 비언어적 표현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법을 배웠다.

 

최유리는 이 영화가 호불호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기존 좀비물과 달리 공격성과 공포감이 주제가 아니다. 애틋하고 따뜻한 이야기다. 가족애가 주제”라며 “영화를 촬영하면서 많이 즐겁고 행복했다. 그런 분위기가 스크린으로 전해지길 바라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무대 인사 등 홍보 활동이 마무리되면 대한민국 영화관 어딘가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갈 예정이다”라면서 “관객과 함께 웃고 울며 영화를 보는 경험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해 예비 관객의 기대감을 키웠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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