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8월 팀 타율 10위…색깔 잃은 롯데, 해결사가 없다

색깔을 잃었다.

 

프로야구 롯데의 강점 중 하나는 단연 ‘공격력’이다. 한 번 흐름을 타면 무섭게 터진다.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몰아치기에 능하다. 이러한 색깔은 지난 시즌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더욱 짙어졌다. 명장의 지도 아래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 손호영 등 이른바 ‘윤고나황손’ 젊은 피들이 대거 커리어하이를 작성, 주축으로 올라섰다. 7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 실패라는 쓰디쓴 성적표 앞에서도 ‘희망’이라는 단어를 품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실제로 올 시즌 롯데는 한층 더 강해진 면모를 자랑했다.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물음표를 그리는 목소리가 컸다. 롯데가 내세운 것은 날카로운 창이었다. 전반기 롯데 팀 타율은 0.280에 달했다. 전체 1위. 기존 멤버들의 존재감이 여전한 가운데, ‘이적생’ 전민재가 새 활기를 불어넣었다. 장두성, 김동혁, 이호준, 한태양 등의 성장세까지 더해지며 전체적인 팀 뎁스가 두꺼워졌다. 계속되는 크고 작은 부상 악재 속에서도 전반기를 3위로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흔히 방망이는 기복이 있다고 했던가. 한 시즌 내내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후반기 전혀 다른 그림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씩 페이스가 떨어지더니 8월에 바닥을 쳤다. 15경기서 팀 타율 0.209(월간 10위)에 그쳤다. 그마저도 산발적으로 나오는 탓에 점수로 연결시키기 어려웠다. 공격의 활로가 뚝 끊겼다. 장타 툴(팀 홈런 10위)이 부족한 롯데로선 상대를 압박시킬 카드가 부족했다. 작전에 능한 것도 아니었다. 여파는 마운드에까지 이어졌다.

 

해결사가 없다. ‘주장’ 전준우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왼쪽 허벅지 근육 손상으로 지난 6일 부상자명단(IL)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후 경기력이 크게 요동쳤다. 기본적으로 롯데의 경우 현재 주축 멤버 대부분 경험이 많지 않다.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 상위권에서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된 것 역시 조금은 낯설 듯하다. 곳곳에서 조급한 모습이 포착된다. 무엇보다 굵직한 중심타자가 빠지니, 빅터 레이예스 등 몇몇 자원들에게 견제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됐다.

 

하늘만 바라볼 순 없다. 침묵하는 사이 무섭게 연패가 쌓였다. 5일 부산 KIA전부터 19일 잠실 LG전까지 10경기서 1무9패. 롯데가 9연패에 빠진 것은 2005년 6월(5일 수원 현대전부터 14일 마산 두산전까지) 이후 무려 20년 2개월 만이다. 안정권으로 여겨졌던 가을야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9일 기준 순위는 여전히 3위지만, 중위권들과의 격차가 눈에 띄게 좁아졌다. 절체절명의 위기. 모두가 리더가 돼야 한다. 머뭇거리는 동안 기회는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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