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과 K-콘텐츠의 미래] 세계가 사랑하는 K-콘텐츠, 그 비결은?

'애니 강국' 日·中 글로벌 흥행은 아직
K-콘텐츠 확산, 정부차원 노력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글로벌 흥행은 K-콘텐츠의 새로운 흥행 가능성을 열었다. 음악·퍼포먼스에 비주얼·영상미 등 시각적 효과를 버무린 K-팝의 강점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매체와 결합해 만든 시너지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케데헌은 특별하다. 국내 기업과 제작사가 아닌 해외자본과 기술을 토대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매기 강 감독은 제작을 소속사인 소니에 먼저 제안했으나 아시아인 캐스트, 한국 문화 등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무산됐다. 결국 넷플릭스가 투자를 결정했고 매기 강과 크리스 아펠한스가 소니픽처스를 이끌고 연출을 맡아 빛을 보게 됐다. 소니 픽처스가 애니메이션의 실질적 제작, 넷플릭스가 투자와 배급을 맡은 결과물이다. 결국 케데헌은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국경을 넘은 기술, 자본, 팬덤 네트워크가 결합한 독특한 작품이다. 폭넓은 융합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제시한 K-콘텐츠의 또 다른 성공사례다.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공식 굿즈 매장 '뮷즈샵'이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제공

◆K-컬쳐와 넷플의 시너지

 

 넷플릭스 영화 파트의 댄 린 회장은 최근 “젊은 여성과 K-팝 팬, 애니메이션 팬만 좋아할 것 같았다”고 밝히며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공개 후 케데헌은 역대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그 배경에는 K-콘텐츠의 확산이 있다. 글로벌 그룹으로 거듭난 방탄소년단, 술 게임에서 착안해 히트송 아파트를 만들어낸 블랙핑크 로제뿐 아니라 새 앨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메인 차트에 진입하는 숱한 아이돌 그룹 덕에 K-팝의 위상은 높아졌다. 오징어게임으로 대표되는 K-드라마도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했다. 세계인들에게 이미 익숙해진 ‘K-세계관’ 덕에 케데헌도 낯설지 않게 다가갈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세를 퍼붓는 중국의 경우 글로벌 흥행작을 만나보기 어렵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전통의 강자다. 귀멸의 칼날, 명탐정 코난, 도라에몽 등 흥행작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생활방식, 개그, 가치관 등 문화적 특수성을 둔 작품이 서구권의 공감까지 얻기는 힘들었다. 스즈메의 문단속처럼 판타지적 매력과 현대적인 감성 및 음악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경우엔 가능성이 있지만 ‘재패니메이션’은 분명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중국은 갈 길이 멀다. 올 초 개봉한 애니메이션 나타2의 경우 누적 관객 수 약 3억2400만명, 누적 박스오피스 수익 약 159억1000만 위안(약 3조98억원)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 영화 역사상 최고치로 단일 시장 박스오피스 세계 2위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99%가 중국 내에서 발생했다. 고전소설 봉신연의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애국주의와 중국 중심의 동양적 세계관이 글로벌 시장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동시에 케데헌의 흥행에도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 플랫폼의 역할이 컸다. 요즘 세대의 시청 방식 속에 흥행하려면 글로벌 OTT, SNS를 통한 입소문은 필수다. 넷플릭스로 흥행에 성공한 케데헌의 인기는 역으로 관객을 영화관에 불러들인다. 북미 일부 지역에서만 예정된 싱어롱 상영회를 개최해달라는 세계 각국의 수요도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K-Story&Comics in America’의 현장. 콘진원 제공

◆전 세계가 탐내는 IP, 세계화 박차

 

 음악, 영상, 웹툰 등 K-콘텐츠를 향한 세계인의 관심은 한국 콘텐츠 IP(지식재산권)를 향한 근원적인 탐구로 이어지고 있다. 포맷 판매를 통해 CJ ENM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은 중국에서 창조 101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됐고, 음악 예능 복면가왕은 미국에서 The Masked Singer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해외 드라마는 이미 다수 제작됐다.

 

 IP 판권 구매와 함께 국내 제작진과의 협업 시도도 있다. 지난해 흥행 드라마인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IP를 구매한 일본 제작사는 현지 리메이크를 추진하며 한국 제작진을 투입했다. 연출, 프로듀싱도 함께 참여하는 공동 제작 방식을 택했다. 원작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현지의 색을 입히고자 하는 시도다. 이는 IP 판매를 통한 수익을 거두면서 작품의 완성도와 오리지널리티를 모두 추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 차원의 노력도 적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달 30일부터 닷새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K-Story&Comics in America’를 개최했다. 국내 만화·웹툰 산업의 해외 진출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로 수출 상담 총 231건, 수출 상담액 약 1577만 달러(약 220억원)를 달성했다. 하반기에는 일본, 대만, 태국에서도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도 힘을 쏟는다.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1000억원 대의 글로벌리그펀드와 IP 기반 창작과 수출에 집중하는 2050억원 대의 K-콘텐츠·미디어 전략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약 6000억 규모의 예산을 배정해 번역·마케팅·판로개척을 지원하는 해외 비즈니스센터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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