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는 한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는 물론 현대 K-팝까지 유기적으로 결합해 전 세계에 한국적 정체성을 선사했다.
해외에서 만든 콘텐츠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케데헌에는 한국 문화를 매우 정교하게 고증했다. 영화는 한국의 K-팝 슈퍼스타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들이 실제로는 세상을 위협하는 악령들을 물리치는 비밀스러운 데몬 헌터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은 무대에서 노래와 퍼포먼스를 통해 팬들의 영혼을 지키는 동시에 한국 전통의 퇴마사, 무당의 후계로서 악령을 물리치는 임무를 수행한다. 굿에 동원되는 춤과 노래가 시대를 내려와 아이돌로 이어졌다.
주인공들은 별자리가 새겨진 사인검, 무당의 무구인 신칼 등을 무기로 사용한다. 의상 또한 노리개 등 전통 장신구와 문양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영화 속 적들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한국 설화와 민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물귀신·저승사자·잡귀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에 맞선 악령 보이그룹 사자보이즈는 검은 갓과 한복을 입은 저승사자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악역으로 등장한다. 조선 민화 까치와 호랑이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은 깨알 재미를 안긴다.

전통문화뿐 아니라 현대 K-팝 시스템까지 곳곳에 세밀하게 담아냈다. 단순히 아이돌을 배경으로 삼는 게 아니라 실제 K-팝 산업 구조와 팬덤 문화를 정교하게 반영한 게 특징이다. 팬사인회, 콘서트, 응원봉, 떼창 등 실제 팬덤 문화가 고스란히 등장한다. 데뷔 쇼케이스·음악방송·아이돌 예능 프로그램 등 실제 K-팝 아이돌의 활동 또한 매우 유사하게 묘사된다. 특히 영화 속 무대 장면은 실제 K-팝 공연의 LED 무대, 군무, 화려한 조명을 현실적으로 고증했다. 안무 또한 안무가 리정이 참여하는 등 현실의 아이돌 안무가들과 협업해 K-팝 무대 특유의 정밀한 동작과 시각적 쾌감을 그대로 살렸다.
한국인의 일상적인 문화적 습관과 실제 건축물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김밥과 냉면·순대·컵라면을 즐겨먹고 목이 아플 때는 한의원을 방문해 한약을 짓는다. 속상할 때는 깍두기와 국밥을 먹으면서 수저 밑에 티슈를 깔아두는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을 반영했다. 거리 곳곳에는 한국어 간판이 보이고 남산타워와 북촌 한옥마을, 낙산공원 등 실제 서울의 랜드마크가 주요 배경으로 등장해 한국의 도시적·전통적 공간을 배경에 재현했다.

퇴마 판타지와 더불어 전통문화와 K-팝 아이돌을 결합한 독창적 세계관은 한국 문화 및 정서를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K-팝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지 수년이 지났지만 이 정도 수준의 깊이와 정확도를 갖고 우리 문화를 고증한 작품은 없었다. 그동안 한국을 배경으로 삼는 작품은 현실적인 고증 대신 보여주기식 영화적 장치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마블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은 한국 로케이션 촬영이었지만 미흡한 고증으로 옥에 티를 남겼다.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 지하철이 현실과는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지하철은 복도 양옆에 등받이가 있는 벤치형 좌석 배치가 일반적이지만, 영화에서는 외국의 지하철처럼 2인석이 앞뒤로 마주 보는 구조로 등장했다. 사전 조사 부족으로 인한 고증 오류로 지적됐다.

또 다른 마블 영화 블랙 팬서(2018)에서는 부산 자갈치 시장이 배경으로 등장했지만 시장 상인으로 등장한 배우의 어색한 사투리가 몰입을 깨트렸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부산 시장 상인을 맡은 탓이다. 주인공과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어설픈 발음 때문에 한국 관객조차 무슨 말인지 제대로 들리지 않아 실소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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