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흥이 나는 모양입니다. 주목받을 때 또 잘하잖아요(웃음).”
함께한 지 햇수로 7년째, 이제는 눈빛만 봐도 컨디션을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다. 이강철 KT 감독은 최근 ‘천재타자’ 강백호의 활약을 두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분위기를 타는 선수인데, 흥이 난 게 보인다”는 게 수장의 설명이다. 말 그대로 선수의 기세가 근래 들어 달라졌다는 뜻이다.
강백호의 2025시즌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시즌 초부터 기복이 뚜렷했다. 잔부상까지 겹친 끝에 7월 말 복귀, 이윽고 극심한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에만 9경기 출전, 이 시기 타율 0.083(24타수 2안타)에 머물렀고, 장타는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매 타석이 무겁게 느껴졌다.
8월의 시작부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돌아왔다. 강백호는 지금 리그서 가장 뜨거운 기세를 자랑 중이다. 17일 기준 이달 13경기 동안 타율 0.358(53타수 19안타)을 마크한 가운데 2루타 7개, 홈런 4개를 쏘아 올린 것. 타점도 17개를 수확, 중요할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도 체감하는 바가 크다. 강백호는 “올 시즌 가장 힘들었던 게 좋은 타구가 나와도 정면으로 향해 잡히는 경우가 많았던 점”이라면서 “예년에 비해 그런 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들이 조금씩 고쳐지고 개선되면서 괜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몇 년을 통틀어 지금 이렇게 타격감이 좋은 적이 없다. 손꼽힐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며 확신에 찬 미소를 보였다. 단순 타격감 회복을 넘어선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부진 속 자신을 사로잡았던 수렁에서 빠져나와 이제는 누구보다 가볍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KT 역시 강백호의 반등을 절실히 필요로 했다. 시즌 내내 타선이 휘청였고, ‘히트상품’ 안현민이 홀로 분전하는 모양새였다. 잠시 종아리 통증으로 쉼표를 찍은 안현민은 19∼21일 수원 SSG와의 시리즈에 맞춰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막내의 어깨를 붙잡아 줄 ‘형들’이 필요하다. 최근엔 강백호를 필두로 황재균과 허경민, 김민혁 등이 힘을 보태는 중이다. 특히 강백호가 살아나야 비로소 팀의 숨통이 트인다.

더 큰 반등을 일궈야 할 목표 의식도 또렷하다. 강백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글로벌 에이전시 ‘파라곤 스포츠 인터내셔널’과 계약을 맺는 등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다.
남은 시즌 성적은 향후 거취와 직결된다. 그간 KBO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불리던 그는 부상과 기복으로 몇 차례 아쉬운 시즌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2024년엔 26홈런 96타점을 작성했고, 올 시즌 역시 잔부상을 이겨내며 이름값에 걸맞은 감각을 되찾는 과정에 있다.
상승곡선을 탔다. 훈련과 더그아웃서 엿보이는 눈빛은 물론, 타석서 넘실대는 에너지까지 지금의 강백호는 확실히 다르다. 그의 방망이는 소속팀 KT의 가을야구를 향한 불씨가 될 수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살얼음판 속 공동 5위에 자리했다. KT는 114경기를 소화, 55승4무55패로 KIA(53승4무53패)와 동률이다.
이 감독은 “작년 이맘때 승패 마진이 마이너스(-) 4였다. 다 이기고 (가을야구에) 올라갔다. 지금도 똑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팀 전체가 여름 무더위를 딛고 기필코 포스트시즌(PS)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키를 쥔 건 선봉장을 맡고 있는 강백호와 타선이다. 이 가운데 기세가 붙기 시작한 천재타자의 페이스가 한층 더 뜨겁게 타오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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