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드 부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김태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마약 근절 메시지를 던져왔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는 “마약의 끝은 결국 죽음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김태원은 1987년과 1991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두 차례 수감된 바 있어 그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마약 중독은 빠져나오기 어렵다. 못 빠져나오면 죽는다. 마약이 혈관을 녹인다. 뇌도 녹는다. 그 상황이 바로 다가올 텐데 자기는 이것 때문에 죽을 리가 없다면서 자신 있게 마약을 계속한다”라고 경고했다.
어느샌가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경 단계에서 적발된 마약은 총 617건으로 전년 대비 70% 증가했으며, 적발 중량은 2680㎏으로 800%나 폭증했다. 적발량은 역대 최대치다. 주로 일본, 중국, 대만, 미얀마, 태국, 라오스를 통해 들어온다.

다크웹과 가상화폐를 통한 마약 거래가 새로운 비즈니스처럼 번지고 있고, 국제 우편을 이용한 해외 밀반입, 해외 거점 조직을 통한 공급망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제 마약 적발 현장은 영화에서 보던 범죄조직의 은밀한 아지트가 아니다. 아이돌 출신 한류 스타가 재벌가 외손녀와 마약을 투약해 연예계에서 퇴출당하고, 청소년이 SNS를 통해 손쉽게 마약을 사들이는 장면이 잇달아 포착된다. 마약의 그림자가 유흥업소를 넘어 연예계와 재벌가, 심지어 학교까지 번지며 한국 사회 전반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연예계의 마약 사건은 그 자체로 강력한 확산력을 지니고 있어 각별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연예인이 가진 대중적 영향력이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향력 있는 대중 인물이 마약에 연루되면 그 소식은 방송·온라인·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사회 전반에 직접적인 파문을 일으킨다. 청소년·팬층에 호기심을 자극하고 잘못된 성공 이미지와 결합해 ‘나도 해볼까’라는 모방 심리를 키운다.
재범이나 빠른 복귀 사례도 위험하다. 일부 유명인이 자숙 후 다시 방송과 무대에 서는 모습은 ‘마약을 해도 결국 돌아올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사회에 보낸다. 이는 마약 사용에 대한 경계심을 약화시키고, 범죄의 심각성을 흐린다. 실제로 심리학자들은 “유명인의 부정적 행동이 반복 노출되면, 부정적 이미지보다 호기심과 관대함이 먼저 작동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마약 사용을 특별한 경험이나 예술적 영감처럼 포장하는 문화적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젊은 층의 마약 사건은 줄지 않고 있다. 2023년 적발된 마약사범은 2만7611명을 찍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지난해도 2만3022명을 기록했다.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으로 2만 명을 훌쩍 넘는 규모다. 그 중 20∼30대 비중은 전체의 60%에 이른다. 10대 적발건수는 649명이었다. 결국 정부는 경찰·검찰·관세청 합동 단속과 특별수사본부를 가동해 대응에 나섰다.

김은배 전 서울청 국제범죄수사팀장은 “유엔(UN)은 마약사범이 인구 10만 명당 20명 이하일 때 마약청정국으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016년에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했다. 적발 건수의 5배 이상 수면 아래에 있다고 봐야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은 DEA라 불리는 미국마약단속국이 따로 있다. 장비와 전문성, 경력과 노하우까지 DEA를 통해 길러진다. 정년까지 전문적으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반면, 우리는 강력반 등에서 마약수사대로 차출돼 일하다가 또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 전문을 양성하기 힘든 구조”라고 현실을 짚었다.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 근절이 어려운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꼽았다. 특히 단순 투약범은 초범인 경우 집행유예 선고 등으로 선처하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마약사범 6030명 중 절반에 가까운 2621명(43.5%)이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 전 팀장은 “정부의 지원과 법의 엄중한 처벌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예산이 적으니 실무자들은 마약 키트도 아껴 써야한다”며 “형량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다. 검거 후 강력한 법의 심판이 필요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연예인·유명인의 사건은 청소년에게 잘못된 성공의 이미지와 결합해 위험성을 키운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약 구매자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피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검거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며 “학교나 지자체, 기업과 군대, 언론 등에서 마약과 관련한 교육이 전무하다. 마약을 하면 패가망신은 물론이고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는 걸 알려야 한다. 미성년일 때부터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마약에 대한 호기심이 인간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