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스러운 호랑이.’ 신태용 신임 감독과 함께 다시 출발선에 선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가 그리는 미래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던 울산이 신 감독 체제에서 또 한 번 일어난다. 10일 현재 울산은 승점 34(9승7무9패)로 6위에 자리 잡았다. 지난 9일 치른 제주 SK와의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11경기 무승 악몽에서 벗어났다.
올 시즌 암담한 현실을 마주했다. 이빨은 빠졌고, 발톱은 무뎌졌다. K리그1 3연패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실망스러운 경기를 반복했다. 승리의 맛을 점점 잊어가며 상위 스플릿 진입마저 불투명한 위기에 놓였다. 울산은 칼을 꺼내 들었다. 지난 5일 김판곤 전 감독과 결별하며 소방수로 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라운드의 여우’다. 신 감독은 현역 시절 K리그 최초(2003년)로 60골·60도움을 썼다. 성남 일화(현 성남FC) 원클럽맨으로서 K리그 정상에 6번이나 올랐다. 지도자로서도 번뜩이는 감각을 자랑했다. 성남 일화에서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011년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서 강팀 독일을 2-0으로 꺾는 파란도 일으켰다. 최근엔 인도네시아 대표팀·올림픽팀을 이끌며 동남아시아 강호로 성장시켰다.
쉼표를 그리다 울산의 부름을 받았다. 오자마자 선수단 출전 시간부터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쉬지 않고 약 50경기를 뛴 베테랑 김영권에게 일주일 휴식을 주며 선수단 관리에 나섰다. 끝이 아니다. 신 감독은 선수단에게 한 가지를 약속했다. 제주전 승패와 상관없이 3일간의 휴가를 부여했다. 자칫 독이 될 수 있으나, 컨디션 관리와 함께 선수단을 믿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형님 리더십’의 시작이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향한 호주에서 배웠던 ‘수평적 리더십’을 떠올린다. 신 감독은 부드러운 관계가 창의적인 경기력으로 연결된다고 믿는다. 한국 대표팀은 물론, 즉각적인 소통이 어려운 인도네시아에서도 ‘형님’으로서 선수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경험이 있다. 친근한 형님의 소통, 엄격한 감독의 지시 등 선을 넘나들며 팀 결속력을 강화시킨 바 있다.
전술·전략적으로 팀을 다듬는 동시에 선수단의 마음까지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모든 부분이 합을 이루면 상위권 사수가 가능하다고 바라본다. 신 감독은 현실적인 목표로 상위권을 바라본다. 전북 현대(승점 57)와의 승점 차가 커 사실상 우승 경쟁은 물 건너갔다. 대신 2~3위를 노리며 2025~2026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권을 획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형님이 된 여우의 번뜩이는 꾀가 어디까지 통할까. 신 감독과 함께하는 울산이 어디까지 도약할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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