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도, 영영 이별도 아니다” 로하스, 고별식 대신 담담한 작별 택해

사진=KT 위즈 제공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전 KT)가 고별식 없이 떠난다.

 

프로야구 KT는 당초 출국 전 고별 행사를 준비했지만, 고심 끝에 하지 않기로 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 본인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로하스는 앞서 9일부터 10일까지 수원 KT 위즈파크를 방문해 선수단과 프런트 및 팀 관계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단 하루의 시간으로는 부족했다. 이틀을 꼬박 채워가며 그동안 함께한 순간들을 되새기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후반기 돌입 후 숨 가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KT는 지난 2일 로하스와의 결별을 발표했다. 올 시즌 KBO리그 및 KT에서만 6년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다. 이강철 KT 감독을 비롯, 팀 전체가 믿고 기다리겠다는 의지를 보였건만, 끝내 응답하지 못하면서 대체 외인 선수로 앤드류 스티븐슨이 영입된 까닭이다.

 

사진=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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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올 시즌 도중 교체했다. 로하스에 앞서 이별했던 선수는 7년째 동행했던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였다. 로하스와 쿠에바스는 막내 구단 KT를 신흥 강팀으로 우뚝 서게 한 주역들로 평가받는다.

 

특히 로하스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또 지난해부터 다시 합류해 총 6시즌을 활약하며 통산 750경기 타율 0.313(2874타수 900안타) 178홈런 564타점을 마크했다.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낭중지추다. 타이론 우즈(전 OB-두산·174홈런)을 제치고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로하스가 KT 유니폼을 입고 써 내려간 역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2020시즌에는 타격 4관왕(홈런·타점·득점·장타율 1위)에 올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구단 역사상 최초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 정규리그 MVP다.

 

2019년부터 2년 연속 외야수 골든글러브도 수상하더니 지난해 복귀 시즌에 맹활약하며 기어이 세 번째 장갑까지 추가했다. KT 소속 선수로는 사상 첫 골든글러브 3회 수상 영예를 누렸다. 큰 기대를 모았던 올 시즌 부진(95경기 타율 0.239)이 뼈아플 따름이다.

 

사진=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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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외국인 선수 그 이상의 존재감을 자랑한 이다. 로하스는 경기장 안팎서 팀 동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외야수 배정대와 안현민, 내야수 오윤석, 강민성 등이 대표적이다.

 

뿌린 씨앗은 언젠가 결실을 맺는다. 로하스를 롤 모델로 삼았던 안현민은 올 시즌 리그 정상급 타자로 도약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뜨거운 안녕’을 앞뒀다. 팀에 헌신한 전설을 예우하는 건 당연하다. KT는 지난달 20일 수원 한화전에서 쿠에바스의 고별 행사를 치른 바 있다. 이번에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기서 로하스가 정중히 고사했다는 것. “현역 선수로 은퇴하는 것도 아니고, 구단과 영영 이별한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게 설명이다.

 

KT 측은 로하스의 활약상이 담긴 사진 액자를 만들어 선수단을 통해 전달하기로 했다. 구단 관계자는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인 ‘위즈티비’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팬들께도 작별 인사를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KT 위즈 제공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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