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충격 KPGA, 피해자 보복성 징계 원심 유지… 진상파악조차 안했다

김원섭 KPGA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4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징계 원심 유지’

 

충격적이다. 7일 골프계 관계자에 따르면 KPGA(한국프로골프협회)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직원 무더기 징계와 관련해 재조사 및 진상 파악 과정 없이 징계위원회를 다시 열어 원심 유지를 결정했다. 앞서 KPGA 이사진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직원 중 6명을 무더기 징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KPGA 노조 측 관계자는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를 만나 “가해자 A 임원의 강요로 작성하게 된 시말서를 근거로 징계했다”며 “녹취가 있으며 공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KPGA 측은 “임원 A씨가 직원들에게 경위서와 시말서의 작성을 강요한 적은 없다”며 “해당 문서는 업무상 명백한 과실이 확인된 경우 자발적으로 제출된 경위서”라고 설명했다.

 

김원섭 KPGA 회장이 이 같은 결정을 승인했으나, 외부로 공개는 하지 않았다. 2차 가해를 넘어 3차 가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골프계를 넘어 스포츠 단체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야기하는 심각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은 지난해 시작됐다. KPGA 고위 임원 A씨의 직장 내 가혹행위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임원 A씨는 직원 B씨를 포함한 다수의 직원을 대상으로 ▲심각한 욕설과 폭언, 막말 ▲시말서 및 각서 제출 ▲가족을 운운한 모욕 ▲퇴사 강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아 경찰 고발을 당했다. 경찰은 수사 끝에 지난 5월 임원 A씨를 강요죄, 모욕죄,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KPGA 측은 이 사건이 발생한 지 8개월이 되도록 임원 A씨에 대한 공식적인 징계를 미뤘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사회가 열렸지만, A씨 징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다 돌연 지난달 8일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직원들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이틀 만인 10일 6명을 무더기 징계했다. 특히 최초 신고자인 B씨는 견책,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출석해 추가 피해 조사를 마친 C씨는 해고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고, 논란이 일어나자 최근 임원 A씨가 KPGA를 떠났다. 협회 측은 지난 7월25일 이사회를 개최해 이사 18명 중 11명 출석, 출석 이사 11명 중 9명의 찬성으로 A씨를 면직하기로 의결했다.

 

KPGA 노조 측은 이를 두고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고, 피해자 징계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했다.

 

KPGA 이사진도 이를 수용하는 듯했지만, 형식적이었다. 한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소명의 기회를 달라고 지속해서 요청했으나, 징계위원회 측은 애초 이를 무시했다. 그러나 징계위원회 개최 몇 시간을 앞두고 갑자기 소명하라고 하더라”며 “해당 직원들은 이사진에게 수십분 동안 해당 내용을 설명했지만, 단 1도 수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징계위원회 이사진에 변화가 없었다. 애초 피해자를 징계했던 이사진과 원심 유지를 결정한 이사진이 모두 같은 사람이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협회 측은 “징계위원회 규정상 및 관련 법률 상 재심을 하는 경우 구성원에 변화를 줘야 하는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취재 결과 징계위원회에 참여한 이사진과 임원 A씨 모두 선수 출신인 KPGA 회원이다.

 

한 프로스포츠 협회 관계자는 “정상적이라면 징계위원회 자체가 열릴 수 없다. 징계위원회 근거가 임원 A씨의 강요로 받은 시말서 및 각서다. 이 시말서 및 각서를 직원들이 어떻게 쓰게 됐는지 진상 파악부터 하는 것이 먼저”라며 “이러한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징계위원회 효력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에서 김원섭 KPGA 회장이 결재를 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프로스포츠 연맹 관계자는 “KPGA 정관이나 규정은 모르겠지만, 타 종목의 경우 이런 케이스가 없다”며 “사무국은 독립적이어야 한다. 행정 업무를 보는 직원들의 징계를 선수 출신이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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