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이달의 소녀 출신 이브가 더 강력해진 ‘전기맛’으로 돌아왔다.
이브는 오늘(7일) 정오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세 번째 EP ‘소프트 에러(Soft Error)’를 발매한다.
지난 11월 아이 디드(I Did) 발매 이후 7개월 만의 컴백이다. 발매 이후 유럽 5개 도시 단독 투어와 북미 9개 지역 투어를 마친 이브(Yves)는 “투어를 다녀왔으니 더 성숙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무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다려주신 만큼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고난의 시간을 겪고 다시 홀로 섰다. ‘소프트 에러’는 그런 이브의 세 번째 솔로앨범이다. 앨범명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내면은 고장 난 상태를 의미한다. 첫 앨범 ‘루프(LOOP)’로 솔로가수로의 첫걸음을 뗐다면, 지난해 11월 활동한 ‘비올라’는 행복을 찾는 여정을 그렸다. 이번엔 방향성에 대한 내면의 솔직한 감정과 방황하는 과정들을 앨범에 풀었다.

◆오류와 방황도 즐기는 힘
소속사에서는 타이틀곡으로 민 첫 트랙 ‘화이트 캣(White cat)’은 선공개곡으로, 이브가 타이틀곡으로 바랐던 ‘소프(Soap)’는 더블 타이틀곡으로 활동하게 됐다. ‘화이트 캣’은 사랑받던 하얀 고양이가 집을 탈출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곡이다. 갖춰진 환경 속에서 아이돌 활동을 하던 이브가 홀로 활동에 나서며 겪는 감정에 빗댄다.
반면 이브는 ‘소프’가 지금 가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에 더 적합한 곡이라 여겼다. 그는 “마지막 가사에 ‘내 목소리 들리지/걔네 말은 무시해’라고 세뇌하듯 속삭이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소개하며 “솔로 활동을 하기 전에 ‘너는 이렇게 해야 잘 돼’라는 외부의 목소리가 컸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방황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의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고 싶은 것도, 스스로 생각한 방향성도 뚜렷했지만 팀 활동을 할 때는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없었다. “후회도 고집도 센 편인데, 말을 못 하니까 병이 되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브는 “솔로 활동을 하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그걸 수용해주니 표현에 재미를 느낀다. 이제 방황을 즐길 여유도 생겼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 2개월여 간 앨범을 준비했다. 생각보다 짧은 기간에 놀라자 이브는 “앨범 작업을 하는 시간이 줄었다. 하루에 한 곡씩 완성하고, 안무 레슨 후 일주일도 안 돼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며 웃었다. 함께 곡 작업을 하는 프로듀서와 꾸준히 소통하고 교류하는 덕이다. 둘이 공유할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을 공유한다. 서로의 교집합을 찾으면서 앨범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방향성을 잡아나갔다.

곡이 탄생하게 된 이유와 내포한 의미들을 보면, 어느 하나 평범한 구석이 없었다. 이브와 프로듀서의 독특한 상상의 나래가 ‘소프트 에러’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이브는 “3번 트랙 ‘아이보(Aibo)’는 로봇강아지에 비유한 이야기다.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실망감과 쓸쓸함을 표현한 곡”이라면서 “내용과 달리 곡 자체는 신나서 행사에서 부르기 좋은 노래”라고 설명했다.
‘두 유 필 잇 라이크 아이 터치(Do you feel it like i touch)’는 제목 그대로 ‘너 지금 느껴져?’라는 물음을 던지는 노래다. 녹음하면서도 느끼는 그대로 툭툭 던지듯 노래했다. ‘스터디(Study)’는 목소리를 샘플링 삼아 노래 가사로만 이어지는 곡이다. 이브는 “박자도 예측할 수 없고 평범한 전개를 완전히 벗어난 곡이다. ‘소프트 에러’라는 앨범의 테마를 표현할 수 있는 곡”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트랙의 제목은 ‘맘(mom)’이다.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제목은 영화 ‘런’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사랑을 받은 줄 알았는데, 믿었던 진실을 알고 일상이 흔들리는 내용의 영화다. “아웃트로가 뻔하고 감동적인 경우가 많아서 반전을 줬다. 따듯한 멜로디에 섬뜩한 가사로 다음 앨범을 예상할 수 없게 끝내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 곡은 이브가 구상 중인 다음 앨범과의 연관성을 가진다.

◆전기맛 이브, 뚜렷한 정체성
2017년 이달의 소녀로 데뷔한 이브는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2023년에는 이달의 소녀 멤버인 희진, 김립, 진솔, 최리, 하슬, 여진, 고원, 올리비아 혜와 함께 한 소송에서 패소했으나 5개월 후 결국 승소했다. 지난해 초 새 소속사를 찾기까지 공백기가 1년이 넘었다.
특히 솔로 활동을 준비하며 겪은 감정적인 고통이 컸다. 이브는 자신을 다 아는 듯 평가하는 외부의 목소리에 되레 도전의식을 키웠다. ‘후회하지 말자’는 인생의 모토를 되새기며 매 순간 후회 없이 다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비록 후회될지라도 당시엔 나의 선택이 최선이었으리라 스스로 위로하는 법을 배웠다.
이브는 “예전엔 문제가 생기면 생각에 갇혀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선 그게 정답이 아닐지라도 다 해본다”면서 “모든 경험에는 의미가 있고 얻어가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할 수 있다고,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방황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그 과정을 즐기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브의 노래는 전자 음악을 기반으로 사운드와 스토리를 채운다. 프로듀서와 나누는 이야기, 특히 영화의 결말과 또 다른 선택에 관한 대화들이 작업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브는 과거 한 누리꾼이 단 댓글을 언급하며 “‘에스파는 쇠 맛이라면 이브는 전기 맛’이라는 댓글을 봤다. ‘전기 맛’이라는 단어가 내가 하는 음악과 정체성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과거 악플을 보고 상처받았다면 이제는 자신의 부족한 면을 돌아볼 기회로 삼는다. “악플도 관심이지 않나. 조금 강인해졌다”고 의연하게 답했다.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고 춤추면서 행복을 느꼈다. 여전히 음악과 춤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이브는 “이 마음이 있는 한 계속 노래하고 춤추고 싶다. 그걸 사랑해주는 팬들까지 있으니까 한 명의 팬이 남더라도 그분을 위해 음악 하고 싶다는 마음이 활동의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서는 “이브는 솔로가 어울리긴 하는구나’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여전히 아쉬움을 느끼지만, 선택에 대한 후회를 남기진 않는다. 이브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후회는 없다. 이대로만 쭉 가길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새 영역에 도전하고 또다시 새로운 음악을 찾는다. ‘이제 무엇을 하고 싶을까’ 고민할 정도로 모든 걸 경험한 가수이자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이브는 “최근에는 제니 선배님의 솔로 무대를 인상 깊게 봤다. 무대 장악력이 남다르셔서 너무 멋있더라. 그렇게 타 가수의 팬이어도 욕심낼 만한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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