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동에서 가장 식당 같지 않아 오히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이 있다. 루이비통 시티가이드북이 서울의 명소로 점찍은 이 곳.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접시와 조명, 젓가락과 문의 높이까지 통일된 세계관이 펼쳐진다. 그 중심엔 배우 김주환이 있다. 제일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다. “지금도 저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그의 말처럼, 이곳은 연기를 닮은 무대다.
◆화면 대신 식당…하지만 연기를 멈춘 적은 없다
2017년 여름, 영화배우를 꿈꾸며 오디션장을 돌던 김주환은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필요하단 생각에 식당을 열었다. 처음엔 누구나 아는 한식주점이나 호프집을 구상했지만, 뜻밖에도 건축 디자이너와 국내 유명 브랜딩 디자이너들이 공간을 ‘다르게’ 해석해주며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미니멀한 구조, 정갈한 디테일에 미감 좋다는 전문가들이 모여 호평을 보냈다.
이 테이블 수로는 돈이 안 된다, 누군가는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공간에서 공부하듯 배웠다. 유명 디자이너, 건축가, 브랜드 전문가들이 제일을 ‘외식업에서 보기 드문 미니멀리즘’이라고 평가하며 호기심을 보였다. “투자 제의도 있었다. 하지만 보편적 F&B보단, 이 안에서만 가능한 걸 하고 싶었다”며 “덕분에 수익은 처음부터 내려놓은 구조가 됐다. 그러면 안되는데(웃음). 지금 아니면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 끝에 다양한 시도를 해서 지금 모습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성수동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미식 경험
파인 다이닝을 다녀본 이들에겐 제일의 디테일이 놀랍다. 접시 질감부터 젓가락의 길이, 조명 밝기, 주방으로 통하는 문의 높이까지 통일성을 지닌다. 실내 디자인부터 메뉴판, 주류 소개 방법까지 일반적이지 않다. 접근성 높은 가격이지만 웬만한 파인 다이닝 못지 않은 정체성. 미식과 함께 경험을 제안하는 제일이다.
2년 전부터 농장에 가서 허브와 꽃을 수확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간다. 장식용이 아니다. 손님에게 좀 더 많이 내놓고,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하기 위함이다. 김주환은 “농부님들이 땀 흘리며 정성스레 키운 허브와 꽃이다. 그 모습을 보니 단순히 음식을 예쁘게 보이기 위한 용도로 끝낼 수 없었다. 주연의 역할을 주고 싶었다”란다.
고등어 한 마리를 굽는 데 1시간이 걸린다. 두부는 하루 전날부터 불려서 갈고 짜내 직접 만들어 하루 8모가 최대다. 심지어 고추장도, 맛간장도 손수 만든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연기를 하듯 한다”고 말한다. “내가 너무 하고 싶은 연기를 대하는 태도를 가게에 그대로 옮겨왔다. 필모그래피에 영화 대신 ‘제일’이라는 식당이 올라가 있는 것이란 마음으로 출근한다”라고 애정을 나타냈다.

◆루이비통 시티가이드북도 반했다
그렇게 생긴 진심은 프랑스의 미식 가이드북 저자 미셸 테만에게까지 전해졌다. “당신은 파인다이닝 태도로 일하고 있다. 그렇게 안 해도 될 것들까지 그렇게 일하고 있다. 어디서도 이렇게 일하는 사람은 없다.” 미셸 테만의 평가는 김주환에게 가장 강렬한 응원이 됐다.
그는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겠나. 10여년 동안 집필을 하고 많은 나라와 식당을 다닌 전문가가 이런 평을 전해주니 얼떨떨 했다”라고 돌아봤다.

◆언제든 돌아갈 연기의 세계
조용하고 차분한 공간. 정재계는 물론이고 트렌드에 민감한 연예계 인사들도 방문한다. 이들을 보며 본인도 다시 관객 앞, 카메라를 두고 연기를 할 순간을 기다린다.
김주환은 “중학생 때, KBS 단막극 주인공으로 매체 연기를 시작했다”며 “연극과를 졸업하고 공연장에서 박해수 형을 처음 봤다. 31살 무렵의 형을 보며 ‘나도 저런 에너지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며 갈고 닦았다. 그때 배운 것이 내가 돋보이는 것보다 상대를, 상황을 잘 받아주는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연기에 집중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제 본질은 연기다. 연기를 한다는 마음으로 가게도 운영한다. 언젠가 기회가 닿아 돌아갈 그곳에서도 지금 같은 진정성으로 연기할 것이다. 제일과 저의 행보를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주실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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